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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전관 변호사와 파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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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9.28 13:5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우종현 법무법인 정음 대표변호사

[충청신문=우종현 법무법인 정음 대표변호사]
질문 : 변호사가 거짓말을 하는 때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답 : 없다. 변호사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질문 : 도로에서 고라니가 차에 치였을 때와 변호사가 치였을 때의 차이점은?
답 : 고라니가 차에 치였을 때에는 브레이크를 밟아 생기는 스키드 마크가 있다
(변호사가 차에 치이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그냥 치고 가기 때문에)

미국에서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는 변호사에 관한 농담이다. 변호사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변호사는 고라니보다 못 한 존재이니 차에 치이면 그냥 가도 된다는 식이다. 변호사를 조롱하는 이른바 ‘변호사 농담(Lawyer joke)’인데, 미국에서는 이렇게 사람들이 변호사를 풍자하는 ‘변호사 농담’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15세기 셰익스피어는 희곡 ‘헨리 6세’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변호사들을 모두 죽여 없애는 것’이라는 문구를 쓰기도 했다. 이것이 셰익스피어의 본심인지는 알 수는 없으나, 500년 전 영국에서도 변호사들은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변호사에 대한 증오나 경멸은 역사적으로 변호사라는 직업이 생기면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법정’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우리말을 하지 못 하는 법률어를 구사하는 ‘판사’들을 만나 ‘재판’이라는 불편한 여행을 하게 된다. 원고 또는 피고(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여행자는 ‘변호사’라는 가이드를 만나서 여행을 하게 되는데, 여행 자체가 짜증나는 일이어서 가능한 빨리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싶다. 소송은 그 자체가 분쟁과 갈등이고, 법정은 화 또는 한을 분출하는 장이며, 판결을 모든 당사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을 파렴치한으로 공격하는 상대방 변호사를 죽이고 싶고, 원하는 대로 판결을 받아내지 못하는 내 변호사가 밉다. 내편이든 남의 편이든 변호사는 밉상인 것이다.

2016년 한국에서도 역사적인 폭염과 더불어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는 뉴스가 있었으니, 일부 변호사들과 검사들(잠재적 변호사들)의 비리 문제였다. 한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는 있는 죄 없게 만들어주겠다며 수임료로 50억원을 챙겼고, 한 검사는 대학교 동창에게 공짜주식을 받아 시세차익으로 120억원의 대박을 맞았다.

이런 뉴스를 듣고 온 한 의뢰인이 나에게 두 가지를 묻는다. “변호사님은 전관이시냐”고. “전관 변호사들은 실제로 이렇게 돈을 쉽게 버느냐”고. 이럴 때마다 나는 “저는 전관 변호사가 아닙니다. 전관 변호사 예우는 브로커들의 만들어낸 허상이고, 전관 변호사가 사건을 담당한다고 해서 재판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라고 답한다. 하지만 상대방으로부터 “본인이 전관 변호사가 아니니 사건의 수임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눈초리가 돌아오기 일쑤다.

법조계는 전관 예우를 방지하기 위해 법령을 손보면서 까지 자정 노력을 하고 있지만,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전관 예우 논란, 스폰서 검사 문제를 보고 있노라면 비리 방지를 위한 마련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한편, 전관 변호사의 반대편에 ‘파산 변호사’라고 불리는 변호사가 있다.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의 살인사건 재심 변론을 전문적으로 하는 박준영 변호사다. 그는 돈을 받지 않고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에 이르는 살인사건의 재심을 청구하면서 억울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있다. 그의 노력으로 억울한 사람들은 누명을 벗을 기회를 다시 얻게 되었지만, 그는 사무실을 운영할 돈이 없어 파산할 위기에 처했다.

전관 변호사들이 서야 할 자리는 박준영 변호사의 자리가 아닐까. 억울한 사람들이 누명을 쓰고 고통 받는 법정에 당당히 서서 후배 검사에게 진범을 잡으라고 호통치고, 연수원 동기인 판사에게 억울하게 누명을 쓴 피고인들에게 재심을 청구하는 전관 변호사가 보고 싶다.

전관 예우를 방지할 것이 아니라, ‘전관 예우법’을 만들어 공직에서 퇴임한 전관 변호사들이 무료로 사회적 약자들의 재심사건, 국선변호 사건을 변론하게 하는 ‘전관 예우’를 장려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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