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선치영 기자 =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폐기물 저장고에 핵폐기물 9950드럼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저장고는 내진설계가 되지 않은 것은 물론 내진 보강 계획도, 예산도 전혀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5일 국회 미래창조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문미옥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한국원자력연구원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에서 발생한 핵폐기물이 보관된 저장고 건물은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다.
저장고에는 중준위 폐기물 저장고에 922드럼, 중저준위 폐기물 저장고에 6625드럼, 극저준위 폐기물 저장고에 2403드럼 등 모두 9950드럼(드럼당 200ℓ)이 보관돼 있다. 하지만 내진설계가 되지 않아 지진이 발생할 경우 안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문 의원은 지적했다.
원자력연구원의 하나로에서 각각 17㎞, 20㎞ 떨어진 지역에는 제4기 혹은 중기 플라이스토세로 추정되는 공주단층과 제4기 단층인 십자가단층이 존재한다. 모두 지질학계가 정의하는 활성단층에 해당된다.
폐기물 저장고 설계 당시 6층 이상 연면적 1만㎡ 규모 이상의 건물에만 내진 설계를 적용하도록 했기 때문에 방사성폐기물 저장고는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해 내진설계 의무 대상이 3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 규모 건축물로 확대돼 방사성폐기물 저장고도 내진설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강화된 규정에 따르면 원자력연구원 전체 83개 건물 가운데 내진설계 대상 건물은 52개로, 이 가운데 현재 내진이 적용된 건물은 46.2%(24개 동)에 불과했다.
문미옥 의원은 “폐기물 저장고에 대해서는 내진 보강 계획도, 예산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자력연구원은 도심 내 아파트 밀집지역에 있는 만큼 안전에 대한 책임의식이 시급하다”면서 “시설별 내진 성능에 대해 전면 재평가를 하고, 핵폐기물의 안전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공주단층·십자가단층은 원자력산업계에서는 활성단층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하나로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내진 설계 기준을 강화해 보강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