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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어디로 갔을까

이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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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10.24 17:2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 혜 숙 수필가
[충청신문=이혜숙 수필가] 동방예의지국. 정 많고 예의를 최우선으로 하던 민족이 바로 우리 아니던가? 예의와 정은 어디로 간 걸까. 오늘처럼 기분이 늪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느낌은 없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중책을 맡아 백일장을 치렀다. 그냥 곁에서 도와주기만 하다가 직접 하려고 하니까 어찌 그리도 일이 그리 많은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준비도 장난이 아니다. 나는 원래 문서작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직장생활을 해 본적이 없어 더 버둥대는지도 모르겠다.
 
지방자치 시대가 열리고 곳곳에서 백일장이 많이 열린다. 이곳도 예외는 아니다. 작년보다 상금 규모가 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기 위해 먼 거리도 마다 않고 왔다. 글 솜씨를 뽐내기 위해 온 사람들을 보노라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 일게다.
 
한여름 내내 가물더니 가을이 되면서 비가 자주 내린다. 다른 곳에서는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다 보니 참가자들이 우천 시에 열기로 공지한 장소로 가기도하면서 진행자들의 마음을 졸였다. 비가 온다던 날씨는 다행히 맑은 날씨로 이어졌다. 비를 물린 날씨에 감사하며 평화랜드에서의 백일장을 무사히 치렀다.
 
행사만 마치면 끝이려니 했더니만 뒷일이 장난이 아니다. 문인들이 모여 심사하고 나면 상장을 쓴다. 학교별로 분류하고 우편으로 부칠 것을 나누어 우체국으로 보냈다. 군내 학교는 직접 상장을 돌리리라 마음먹었다. 한시라도 빨리 전해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학생들의 기뻐할 모습을 그리며 차를 몰았다.
 
상장보따리를 들고 전화부터 하고 처음으로 찾아간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마중까지 나오며 반겨주고 교장선생님께도 인사를 시켜주었다. 차를 내오면서 수령증 쓰는 동안 앉으라 한다. 상냥하고 친절이 밴 언사다. 돌아다니는 것을 힘들겠다고 했던 마음이었는데 선생님의 태도에 행복해져서 발걸음이 가볍다.
 
모 학교에 가니 아이들이 먼저 인사한다. 알지도 못하는 내방객을 맞는 학생들의 인사에 기분이 좋아졌다. 요즘아이들은 예의가 없다고 했는데 기본이 선 학생들의 인성이 보여서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 교사들도 친절하다. 수령증 쓰는 동안 앉으라며 의자를 내 준다. 바로 이거 아닐까. 정이 흐르고 예의를 지키는 이것이 우리의 자랑스러운 정신문화유산이라 생각한다.
 
백일장에 나가는 학생들을 위해 수시로 전화를 했던 선생님은 너무 귀찮게 해서 죄송하다며 거듭 인사를 해서 오히려 내가 미안했다. 어느새 가을임에도 마음에는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있었다.
 
작년까지는 상장과 상품권을 전달하는 것으로 마감했는데 올해부터는 상품권 수령증을 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별것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상장을 받아 대충 수령증만 써주며 귀찮은 표정이다. 백일장에 나가서 상을 타는 학생들을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워하고 칭찬해줘야 할 텐데 내 생각과 다른 반응에 놀랐다.
 
교사는 학문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성과 인격을 높여주는 중대한 역할을 하는 존재라 생각한다. 교사가 인성이 없는데 어떻게 아이들에게 바른 인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교외에서 하는 상이 상급학교 진학에 보탬이 되지 않아서일까. 어느 학교에서는 학생이 나간 줄도 모른다. 상장을 들고 교무실을 찾아가면 반겨주는 선생님은 별로 없다. 수료증을 쓰면서 의자에 앉아보라는 말도 안한다. 자기들이 가르치는 학생에게 줄 상장을 들고 찾아갔건만 장사꾼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이 씁쓸하다. 물론 모든 선생님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생님들의 태도는 비슷했다.
 
요즘 아이들이 인성이 없다고 한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을까. 어른이 아이를 나무랄 수도 없는 사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하루 종일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몸의 피곤보다는 마음의 피곤이 더 짙어졌다.
 
그들의 인성과 인격은 어디로 갔을까. 직업으로 교사를 택하기보다는 사명을 가지고 우리의 미래를 키우는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는 없을까.
 
무거운 마음을 돌려본다. 진정으로 기뻐하면서 내년에 더 많은 학생을 보내 상을 받게 하겠다며 밝게 인사하는 선생님들의 마음만 내 가슴에 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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