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목요세평] 군대 갈래? 징역 갈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6.10.26 13:3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우종현 법무법인 정음 대표변호사

[충청신문=우종현 법무법인 정음 대표변호사] 대한민국 군대는 성역이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영창 경험담으로 곤욕을 치렀다. 김 씨는 군복무 시절 장군 부인을 아주머니라고 불러 군기교육대를 간 적이 있다는 말을 했는데, 이 말이 군 모독 발언으로 비화됐고, 진위 논란이 일자 국방부장관은 기무사를 동원해 김씨의 20년 전 군생활을 조사했다고 한다. 가수 유승준 씨는 2002년 현역 입대를 앞두고 미국시민권을 취득한 후 법무부로부터 입국 금지 처분을 받았고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입국을 거부당하고 있다. 유 씨는 최근 비자발급거부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유씨의 입국을 허가하면 국군 장병의 사기가 저하되고 병역 기피 풍조가 만연해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또 공직후보자들은 청문회에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못 한 사실로 국민적 비난을 받곤 한다. 그런데 신성한 대한민국 군대는 기피의 대상이다. 군인들은 ‘군바리’로 불리고, 징집된 청년들은 군복무기간을 무의미한 시간으로, 군대를 청춘의 무덤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남자들에게 있어 최악의 꿈은 ‘다시 군대 가는 꿈’이라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신성하지만 피해야 할 곳. 우리가 군대를 이중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우리의 병역제도가 징병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군대에 가기 싫지만 가야하고, 가야한다면 나만 가서는 안 되고, 또 나도 갔으니 너도 가야한다는 사회적 합의 때문에 군대는 신성하지만 두 번 다시 가면 안 될 곳이 됐다. 한국전쟁 이래 분단의 특수성 때문에 우리의 인식은 ‘군대는 당연히 가야하는 곳’이라는 지점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10월 18일,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는 무죄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1심에서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나온 적은 있었으나 모두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종교·개인양심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로 형사처벌로 제한할 수 없고, 우리 사회에서도 대체복무제 필요성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소수의 병역 거부자를 현역에서 제외한다고 병역 손실이 발생하고 기피자를 양산한다고 볼 수 없다고 이유를 제시했다. 판결 내용이 알려지자 SNS 상에서는 뜨거운 찬반논란이 벌어졌는데, 군대에 가는 사람들은 비양심적이라는 말이냐,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 병역 기피 방법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난 여론이 주였지만,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서 병역 거부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견도 예전보다 많아졌다.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논의가 법원의 판결로 결론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판결 이후에도 누군가는 병역 거부로 징역을 살 것이고, 대법원에서 이번 판결이 뒤집어 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젊은 청춘들에게 군대 갈래 아니면 징역 갈래라고 윽박지르고 있던 우리 사회에 병역거부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점, 법원의 관행적 판결에 대한 성찰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재판부는, 초범인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재차 위반하는 경우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하는 등의 과정 없이 예외 없이 “징역 1년 6개월의 정찰제 판결”을 했고, 이는 유죄판결이 불가피하다는 현실 인식 아래 그나마 피고인들에게 병역의무라도 면해주고자 하는 동정심에서 법관들이 획일적으로 판결을 하게 되었다는 관행,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교도소로 보내져 일반적인 징역의무를 부과 받아야 함에도 일률적으로 미결수용소인 구치소에서 교도관의 행정 및 운영업무를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방법으로 사실상 대체복무 또는 사회복무를 이행하고 있는 현실을 설명하면서, 그 동안 법원의 판결이 현실과 타협으로 이루어졌다는 뼈아픈 ‘양심선언’을 했다.

우리 헌법은 모든 법관에게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할 의무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법관이 대법원의 판결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판결을 내는 일은 쉽지 않다. 현실, 관행과 타협하지 않고 ‘양심적 대법원 판결거부’를 한 법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