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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무신불립(無信不立)을 새기며 진실 앞에 겸허하게 서야 한다

이상호 전 천안월봉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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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10.30 15:3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 상 호 전 천안월봉고등학교 교장
[충청신문=이상호 전 천안월봉고등학교 교장] 대한민국이 거대한 풍랑에 요동치고 있다. 대통령의 지도력이 침몰위기에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세상이 들끓는다. 여야 정치인들이 사생결단으로 공방을 벌이고 대학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1980년대 말 민주화 이후 조용하던 대학생들이 연이어 시국선언을 하면서 대통령의 하야까지 요구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시국 선언은 전국적 연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 가운데 대통령과 최순실 사건의 관계에 대한 유언비어와 추측성 발언도 난무한다. 이러다간 진실과 거짓을 구분 못할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그러면 권력에 대한 신뢰는 더욱 무너지고 분열과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 
 
논어 안연편에서 공자는 ‘정치의 요체는 경제, 국방, 신뢰인데 이 가운데 하나를 버린다면 국방이요, 그 다음을 버린다면 경제요, 마지막까지 절대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면 신뢰라고 하면서, 백성의 믿음을 잃으면 나라가 서지 못한다(자고개유사 민무신불립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이후 거의 일 년 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것이 잠잠해지면서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다가 세월호 사고가 터져 그 불만과 의혹은 청와대까지 향했다. 지속되는 북핵과 탄도 미사일 발사는 극도의 안도 불안을 가져 왔다. 거기다가 정윤회 사건, 문고리 3인방의 십상시 논란, 우병우 대통령 민정 수석 비서관 의혹 등 바람 잘 날이 없다. 여기에 최순실 사건이 터졌다. 그야말로 대통령의 지도력이 함몰 위기에 처한 게 분명하다.
 
국회의 파행과 이전투구로 법안 통과를 제대로 해 주지 않아 경제 회생이 어렵다고 국회를 향해 강하게 쓴 소리를 했고, ‘배신의 정치는 용납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대통령은, 그동안 불통이니 고집불통이니 했지만, 원칙과 소신, 일관성이라는 정치적 카리스마로 버티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고정지지층조차 모두 잃어버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최고지도자가 신뢰를 잃고 지도층이 분열되면 민생이 도탄에 빠지며 안보에 구멍이 나고 나라가 망한다. 우리역사를 보면 임진왜란 이후 극도로 쇠락의 길을 걷었다. 영·정 시대에 일시적으로 부흥을 했지만, 뒤이은 세도정치와 정치적 분열과 부패는 일제 식민 지배를 당하는 치욕까지 겪게 했다. 
 
세종대왕 때 이룩한 창조적 역량과 문화 융성, 안정되는 민생과 튼튼한 국방은 연산군의 패륜정치를 겪으면서 계속되는 사화와 함께 반정과 파벌 정치로 얼룩졌다. 임진왜란 1년 전인 1591년 일본에 통신사로 다녀온 서인 대표 황윤길은 ‘침략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지만, 동인 대표 김성일은 ‘침략의 정황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후에 김성일은 후회하면서 왜군 퇴치의 일선에 섰지만 이토록 안보에 까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싸웠으니 나라꼴이 제대로 될 일이 없었다.
 
임진왜란 10년전 인 1583년 율곡이이는 ‘십만양병론’으로 국방을 호소했지만, 민생이 어려운 처지에 엉뚱한 주장을 한다고 탄핵하려하자 사직을 하고 다음해 죽었다. 임진왜란의 처참한 상황에서도 조정은 정치적 싸움만 하다가 일본인 간첩 ‘요시라 간계’에 놀아나 이순신 장군까지 저승길로 보낼 뻔 했다. 이러한 정황을 보면, 김성일이 황윤길과 같은 보고를 했다 하여도 정치적 싸움질로 세월만 낭비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지금의 각종 사건에 대한 부풀리기와 물 타기, 사드배치를 놓고 여야가 싸우면서 민심을 이반시키는 것, 최순실 특검을 합의해 놓고도 싸움만 하며 방어논리만 펴는 상황과 무엇이 다른가?
 
조선 쇠락의 중심에는 국왕의 무능과 지도층의 분열이 있었다. 최고 지도자의 능력은 원칙과 소신, 결단과 일관성의 카리스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실과 진심에 기반을 둔 신뢰, 소통과 화합의 정치적 역량, 민생과 든든한 안보에 기반을 둔다. 지금의 혼란 상황에서 대통령은 개헌 카드를 꺼낼 일이 아니라 진실과 진심 앞에 겸허하게 서는 진정한 지도자의 능력을 보여줄 때이다.
 
이스라엘 왕국이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위기에 몰렸을 때 거대한 골리앗을 돌팔매로 이긴 다윗에 대한 칭송은 대단했다. 왕이 된 다윗은 처음에는 겸허한 지도력을 발휘했으나 날이 갈수록 욕망의 노예가 되어 부하 장수의 아내 밧세바를 유혹하여 간음하고 그 죄를 감추기 위해 남편 우리아를 사지(死地)로 내몰아 죽였다. 또 그것을 감추기 위해 온갖 거짓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선지자 나단을 통해서 다윗의 잘못을 꾸짖었던 하나님 앞에 다윗은 진실을 털어 놓고 진심으로 용서를 빌며, 참회의 글을 썼다. 다윗은 다시 지도력을 회복했다. 
 
진도 5.8의 지진이 경주를 덮치고 지진 안전지대라고 하던 한반도를 흔들었을 때보다, 태풍 차마가 닥쳐 6m가 넘는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안방까지 바닷물이 덮쳐 영화 해운대를 연상하게 했을 때보다, 김정은이 핵실험에 성공하여 대남 위협을 가할 때보다 더 불안하다. 잠이 오지 않는다. 나라가 어찌 될 것인가? 
 
진정한 지도력은 진실과 진심에 의한 믿음에서 나온다. 그것을 떠난 지도력은 위협과 술수에 의한 것으로 오래 갈 수 없다. 지금은 누구보다도 대통령이 진실과 진심 앞에 겸허하게 서서 자신의 살을 베어내는 심정으로 진상을 밝히고 관련자를 벌하고 국민 앞에 겸허하게 서는 결단을 내릴 때이다. 그렇지 않으면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유언비어는 난무하고 논란은 심해지며,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 대통령 하야와 탄핵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 같다. 
 
청와대 비서진들과 대통령의 측근들, 한편이라고 하는 여당의 의원들 모두 눈치만 보고 방어논리만 펼 일이 아니다. 공자가 설파한 무신불립(無信不立)을 가슴에 새기며, 다윗이 진실 앞에 겸허하게 서서 진심어린 회개로 지도력을 회복하였듯이 석고대죄하며 총사퇴하는 마음으로 대통령에게 진실과 진심 앞에 결단을 내리게 해야 한다. 그것만이 침몰하는 대통령의 지도력과 대한민국을 살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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