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충청포럼] 표현의 자유와 예술, 그리고 성폭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6.11.03 14:5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여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충청신문=정여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문단, 사진, 미술계 등 예술계 전반에서 성폭력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며, 잘못된 예술계의 ‘갑질’을 고발하고 있다. 권력이 생겨나고 갑을 관계가 단단해지면서 이런 사실을 알고도 쉬쉬하는 문화예술계의 문화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처음 피해자들로부터 성폭력이 폭로되었던 두 작가는 사죄를 시작으로 성추행 논란의 불씨는 이미 다른 분야로 번져가고 있다. 한 미술관 큐레이터의 잘못된 행적이 밝혀지면서 당사자가 사퇴하는 등 미술계 역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잠잠한 공연계는 폭풍전야로 이미 몇몇 유명 연출가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분명한 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또 예술적 표현 뒤에 숨어 여성을 농락하는 건 분명 잘못된 것이다. 예술은 삶과 동떨어진 세계가 아닌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데 그 가치가 있다. 예술은 표현의 자유를 지향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침범하면 예술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예술계에서의 성폭력은 예술인이라는 미명하에 잘못됨을 봐주는 분위기, 예술인의 낮은 윤리의식이 성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원인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예술가에게 면죄부가 주어지는 분위기가 형성 되어 있어, 예술가의 성희롱이나 성추행은 그것을 ‘예술가의 낭만’ 혹은 ‘예술가라면 그럴 수 있는 것’이라고 치부해 용서하는 분위기가 있다.

최근 성폭력 피해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유사한 경험을 고발하거나 공유하고 있다. 웹툰, 문단에서 일어난 성폭력 고발은 미술계, 음악계, 교육계 등으로 확산됐고, 여기저기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폭로에 기대고 있는 이들은 법이 여성을 보호하지 못하니 익명 폭로에 기대는 등 솔직히 일종의 복수심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법적 절차를 밟을 경우 힘 있는 작가들은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거나 유명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을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 고통을 받아 피해자들이 더 망가지는 경우가 너무 많을 수 있다. 따라서 빨리 여론을 동원해 사과시키는 것 이상의 효과를 만들지 못하므로 이러한 일을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상 이것은 피해사실과 무관하게 가해자에 대한 명예회손이라는 법적인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폭로전은 현재의 시점에서는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널리 확산시킨다는 긍정적 역할이 있지만 우리사회가 앞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문제다. 가해자들이 수치심을 느끼게 만들고, 이 사건이 법정으로 갔을 때 응당한 처벌을 내려 국가가 맹렬하게 비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과정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또다시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사회는 이 상태에서 퇴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성추행 사태를 수습하는 당사자들의 태도나 시선을 보면 성추행이나 성폭행에 얼마나 관대한지도 알 수 있다. 유명 작가를 선호하는 독자층과 문인 지망생들의 철부지 환상도 그들의 성추행을 부추겼다는 견해는 성추행과 성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다. 성추행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들이 아직도 버젓이 교단과 문단에 서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성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끊임없이 이어온 성희롱을 철폐하기 위해서 다양한 법적 장치가 만들어졌고, 사업장에서는 매년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이행해야만 한다. 그러나 최근 예술계의 성희롱은 지금껏 국가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었던 성희롱 예방의 차원이 지엽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순히 기존의 성희롱 예방은 공공기관이나 민간사업장 등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대상이 성희롱을 구제받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었음을 볼 수 있다. 진정 성희롱 발생을 금지하기 위해서는 양성이 평등하다는 사회적 인식의 확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