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 “해마다 가을이면 떨어지는 게 낙엽하고 쌀값입니다.”
8일 오전 대전 유성구 진잠농협 대전창고 앞 공공비축미 매입 현장에서 만난 한 농민(72)은 쌓여 있는 쌀포대를 어루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쌀값 폭락에 농민의 걱정이 깊다. 수확기를 맞아 기분이 좋을 법도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지난달 말 통계청이 발표한 산지 쌀값은 80㎏ 기준 12만9628원이다. 20년 전인 1996년 13만3603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충북 충주와 옥천, 충남 천안 등지에선 농민들이 자치단체 청사에 볏가마를 쌓아놓고 야적 시위를 벌였다.
농민들은 정부가 ‘농정 파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식량 안보와 직결되는 쌀값 보장은 국가의 책무인데도, 정부는 쌀 수입과 유통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공비축미 매입 가격 하락도 성난 농심에 불을 지폈다. 이날 현재 정부는 공공비축미 매입 시 벼 40㎏ 당 우선 지급금 4만5000원(1등품 기준)을 주고 있다. 지난해 5만2000원보다 7000원 낮다. 우선 지급금은 농가 수확기 자금수요를 충당하고자 매입 대금 일부를 출하 현장에서 가지급하는 돈이다. 산지 쌀값이 정해지면 확정 가격으로 정산하는데, 우선 지급금에 몇백 원 더 붙는 수준이다.
충남에서 쌀 농사하는 A(69)씨는 “다 올라도 쌀값은 계속 떨어진다”며 “이러려고 농사를 지었나 참으로 괴롭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정부가 우선 지급금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한 달이 넘었는데도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어 더 답답하다고 농민들은 전했다.
각 자치단체는 현재 정부 계획에 따라 차례로 공공비축미를 매입하고 있다. 대전시는 이날부터 12차례에 걸쳐 총 1035t을 사들일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올해 매입하는 물량은 지역 벼 생산 예상량인 약 8654t의 12% 정도”라며 “지역농협 등과 협의해 안정적인 쌀 판로확보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