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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변신(變身)

김기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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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11.14 15:3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 기 자 수필가
[충청신문=김기자 수필가] 고즈넉하다. 그저 오래된 도시의 얼굴로 수많은 관광객을 두 팔이 모자랄 만큼 편안하게 끌어안는 정경이다. 동양미를 물씬 풍기며 빼곡하게 자리 잡은 건축물들이 역사의 깊이에 대해 대변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중국의 후난성에 위치한 봉황고성(鳳凰古城)이다. 이곳은 중국이 자랑하는 4대 고성 중에 하나이며 청나라 강희 때 지어진 자치구라 한다. 300년의 역사와 함께 묘족과 토가족인 소수민족, 약간의 한족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 한다. 마치 봉황이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과 같다하여 봉황이란 이름으로 불리우며 주변의 수려한 자연풍광, 아름다운 건축물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연신 고개를 돌리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은 도시를 가르며 흐르는 이름 하여 타강이다. 강을 이어주는 아담한 홍교, 그 아래에 놓인 낮고 좁은 나무다리와 징검다리가 그리 넓지 않은 강폭을 보이고 있다. 그 강을 건널 수 있도록 작은 배를 노 젓는 사공의 몸짓이 운치를 더해왔다.
 
도시의 색깔에서는 옛것의 향기가 짙게 풍겨 나오고 있었다. 그 향기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지나온 시간이 숨 쉬는 것처럼 보였다. 잠깐의 여정으로 어떤 설명을 다 하겠는가. 더욱 놀라운 것은 관광객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미묘한 힘이었다. 좁은 골목길에서는 어깨가 밀려가면서까지 그곳의 속살을 헤집는 기분이 전혀 거북하지 않았다.
 
어둠이 짙어지면서부터 도시는 변모하기 시작했다.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왔다. 사방으로 이어지는 야경은 황홀함을 끝낼 줄 몰랐다. 낮에 보았던 민낯의 정경은 간 데가 없고, 형형색색의 네온 빛으로 탈바꿈한 도시의 밤은 그야말로 설명이 모자랄 만큼 장관을 이루어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만들어낸 빛의 꽃이지만 전혀 소란해 보이지 않을 뿐더러 차분한 향연처럼 이어지는 모습이 신기했다.
 
낮과 밤을 아우르는 고성(古城)의 이야기에서 과거와 현재를 발견한 기분이다. 뿐만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는 달리 그곳에 잠재한 역사와 문화까지도 존귀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소수민족들의 우수성, 개발은 하되 원형을 잃지 않은 끈기를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어마어마한 관광객들의 표정에서도 같은 느낌일거라는 짐작까지 해 낸다. 도시가 지닌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며 지켜가는 그들만의 방식에 찬사를 아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나라도 그에 버금가는 자원을 개발해서 이렇게 상품화 하여 관광수지효과를 더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봉황고성의 주저 없는 변신은 유익한 기억이 되었다. 떠나오는 내내 그곳의 풍경이 머릿속을, 아니 가슴까지 휘 저어 놓고 말았다. 오래인 것은 어쩌면 귀함의 척도를 가늠키가 어려울 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된 기회였다. 
 
청년의 때는 영원하지 못하다. 누구나 나이 들면 고성으로 치닫는 길 위에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하루가 다르게 자신의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아쉬움이 지나쳐 멈추고 싶을 때가 어찌 없다고 하겠는가. 그렇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서 새로운 계기를 찾게 된 시간이었다. 낡아가고 무디어 가는 것이 반드시 서글픈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사물처럼 겉모습이 쇠퇴해가고 있다. 그러나 고성의 이면에서 찾아낸 귀함을 보듯, 한편 사람에게도 그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믿고 싶다. 그것은 내면에 고인 지혜를 엿보는 일이기도 하다. 누구이든 그중에 한 점이라도 사회를 향해 유익하게 쓰임 받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 전혀 난해하지 않았던 고성의 품위와 그곳에서 배어나오는 멋스러움을 인격으로 여기며 닮고 싶어 졌다. 내게서 남은 삶의 지표를 다시 챙겨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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