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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사랑의 자리

이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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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11.21 15:3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 혜 숙 수필가
[충청신문=이혜숙 수필가]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이면 여기저기서 나눔을 위한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사랑과 마음을 나누는 시기가 바로 겨울의 초입인 지금이 될 것이다.
 
새내기 새마을 부녀회장이 되고 처음으로 사랑을 나누는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총무의 부름을 받고 배추밭으로 갔다. 1200포기나 되는 배추를 뽑아서 차에 싣는 작업을 하게 된 것이다. 배달을 해주면 비싸다며 경비를 아끼자는 취지에서 회원들이 직접 밭에서 배추를 뽑게 된 것이다. 많은 배추를 다듬어 차에 실어서 김장을 담글 장소인 면사무소 한 쪽에 내려놓았다.
 
다음 날은 배추 절이기다. 배추 수확하는 날은 몇 명 안 나오더니 다행히 많은 회원들이 참여하게 되어 일의 진척이 빨랐다. 바쁜 수확 철이고 다들 농사짓느라 바쁠 텐데도 나와서 맡은 일을 척척 해내는 회원들의 모습이 씩씩해 보인다.
 
사흘 째 날은 배추를 씻고 버무리는 일을 해야 한다. 이틀을 연속으로 일을 해서인지 피곤해서 30분 정도 늦게 갔다. 부지런한 회원들은 어느새 나와 배추를 씻고 있다. 뒷머리를 극적이며 자리를 잡았다. 많은 배추를 씻자니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 아프다고 꾀를 부리려 해도 연세 드신 분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내색도 못하고 열심히 손을 움직여야 했다.
 
많은 김장을 하는데도 일사분란하다. 양념 버무리기, 배추 나르기, 버무리기 등 힘든 일을 하면서도 즐거운 표정이다.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은 노래까지 부르며 일을 하신다. 나눔의 행사가 보람이 있어서일 게다. 처음으로 참여하는 나는 그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다.
 
집에서 자식들 보살핌을 받고 사실 연세인 부녀회장님들께서 힘드실 텐데 기쁜 마음으로 재바르게 손을 움직이신다. 세상이 아무리 어지러워 멀미가 날 지경이라도 우리는 지금 사랑을 나누기 위한 김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여러 면사무소에서 사랑나누기 김장을 하는 가보다. 다음 선거를 겨냥한 후보 부인들이 와서 손을 보탠다. 얼굴 비치고 조금 거들고 다음 장소를 향해 떠난다. 여러 곳에 얼굴을 내밀어야 하기 때문이리라. 저들의 부군이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과연 여기 와서 일을 거들까? 
 
한 부인은 정말 열심히 한다. 허리가 아플 텐데 괜찮다면서 자기의 몸은 돌보지 않고 하나라도 더 하고 가려는 듯 열심히 일을 했다. 힘들겠다고 했더니 이렇게 할 수 있어서 좋단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힘이 왜 안 들겠나. 남편을 내조하는 정신 하나로 지금의 힘듦을 이겨내는 것이겠지.
 
사랑의 김치는 홀몸 노인이나 각 경로당에 배달된다. 사랑을 드시면서 찬 겨울을 따뜻하게 이겨내시리라. 여러 곳에서 이렇게 사랑을 나누기 위한 행사가 참 많은 것 같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이 정이 많다는 증거다. 
 
지금 세상은 혼란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티브이에서 연일 혼란스런 뉴스를 보낸다. 채널을 돌려도 어지러운 소식만 들려온다.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 즐거운 소식은 없고 답답한 소식이 매일 지상위로 쏟아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답답한 마음에 촛불을 들고 행진하며 잘못한 사람에게 화살을 쏘고 있다. 화살을 맞은 사람들도 힘들겠지만 어쩌면 화살을 쏜 사람들이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욕심이 목까지 차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홍익인간의 이념을 실천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떠올려 본다. 그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다. 목소리 크게 내는 사람들이 이 세상을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조용히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해 나가는 사람들이 이 나라의 주역인 것이다. 욕심을 곱하기하지 말고 나누기해서 다 같이 널리 이롭게 살 수는 없을까.
 
사랑의 김치 담그기가 끝났다. 회원들의 얼굴이 환하다.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는 사랑의 마음이 가득차서 일 것이다. 사랑의 자리에서 함께하고 나누는 여유를 배웠다. 세상이 아무리 어지럽다 해도 자신을 태워 불을 밝히는 촛불처럼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사람이 있는 한 우리나라의 미래는 희망으로 꽉 차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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