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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한민국, 희망적 사고의 늪에서 벗어나라.

이상호 전 천안월봉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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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11.27 15:1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 상 호 전 천안월봉고등학교 교장
[충청신문=이상호 전 천안월봉고등학교 교장] 이른 아침, 여느 때처럼 창밖을 보았다. 베란다 앞에 선 나무는 대부분의 잎들을 잃어버렸다. 바람이 세차게 지나갔다. 나무는 남은 잎들을 있는 힘을 다해 부여잡고 이별을 만류하는 처절함을 보였다. 대통령의 모습 같기도 했다. 안타까웠다. 
 
안타까운 건 언론과 여야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언론은 융단 폭격을 가하듯 그것만 방송했다. 온갖 해설과 토크쇼도 진행 했다. 대통령 하야를 기정사실화했다. 온 국민의 관심과 시선이 광화문으로 쏠릴 때도 그랬다. 
 
어떤 대선 주자(?)는 대통령이 물러나면 바로 자기가 대통령이 될 것처럼 여긴 것 같다. 자신이 이미 대권을 쥔 것처럼 언행을 하여 가십거리가 되기도 했다. 
 
여당은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편과 시국과 대세를 인정해야 한다는 편이 갈라서 싸우다가 분당의 위기에 와 있다. 야당은 열쇠는 자기들에게 완벽하게 있는 것 같은 착각에 일말의 협상이나 대화도 없이 광화문의 힘으로 밀어 붙이기를 하여 왔고 아직 큰 진전을 보여주지 못한다.
 
후퇴하던 대통령은 구원세력이 있을 것 같은 착각에서인지 완강하게 버티며, 본인의 입으로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한 말까지 무시하고 버티고 있다. 정국은 각자의 희망에 의한 줄다리기의 소용돌이에 빠졌고 주말이면 광화문을 더욱 달구고 있다. 
 
그뿐인가? 미국 대선을 두고, 모든 언론은 힐러리의 당선을 기정사실화 했으며, 트럼프가 당선되면 매우 불리한 상황이 올 것처럼 보도 했다. 한 여론 조사(갤럽인터내셔널)에서는 한국인의 82%가 힐러리를 지지한다고 했다. 
미국 대선을 두고 모든 언론이 힐러리의 승리를 점치는 가운데 트럼프의 당선을 조용히 예견한 기자가 있었다.
동아일보 허문명 기자였다. 그는 칼럼(2016.9.30.)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첫 TV토론 후 대부분의 한국 언론은 ‘힐러리 승리’라고 보도했지만,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가 이겼다’는 정반대 조사 결과를 내놓은 언론도 많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55 대 45로 트럼프가 앞섰고, CNBC방송에서는 67 대 33까지 벌어졌다. 심지어 abc방송은 트럼프가 54%로 1위, 힐러리는 10%로 4위였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언론이 힐러리의 승리를 기정사실화 한 것은 힐러리가 승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주로 힐러리 편의 미국 언론 보도를 인용하였다는 것이다.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였다. 
 
일본 정부와 언론들은 트럼프의 승리를 내다보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트럼프의 승리 시 대처방법을 제시했으며, 그에 맞는 매뉴얼을 가졌기에 아베는 능동적으로 대처했다. 그러나 우린 어떤 언론도 트럼프의 승리에 따른 대비를 하지 않았으며 정부는 혼란에 빠져 있으니 갈 길이 험난하다. 
 
국내 문제나 국제관계에서 우리 언론이나 정치인은 왜 그랬을까? 한국인, 한국정치인, 한국 언론의 사고 이면에는 강력한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가 지배하고, 심지어 그 늪에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희망적 사고는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것을 객관적 검증이나 현실성은 따지지 않고 지나치게 바라는 것으로, 그 늪에 빠지면 희망이 이루어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 착각에 빠지면 선입관을 강하게 믿어 통계 수치조차 자기 식대로 해석하는 ‘확신 편견’에도 빠진다. 그러면 다른 것은 보지 못하고 희망의 늪에서 보는 ‘희망적인 별’만 보이게 된다. 
 
기사도 소설에 빠진 돈키호테는 기사도 정신을 실현시키고자 여행을 떠난다. 여관 주인에게 기사 작위도 받고, 농부 ‘산초 판자’를 하인으로 삼아 여행을 하다가, 풍차를 보고 돌진하고, 양떼를 향해 창을 휘두르기도 하다. 결국 ‘하얀 달의 기사’와 결투를 통해 자기 망상을 깨닫게 된다. 문학에서 돈키호테는 무분별한 행동형 인간을 말하지만, 희망적 사고의 늪에 빠진 사람이다. 
 
문제를 바르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희망적 사고를 넘어 합리적 사고(rational thinking)로 나아가야 한다. 합리적 사고는 세상과 사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내 입맛에 맞는 것만 아니라, 맞지 않는 것도 보고, 찬성 쪽만 아니라 반대쪽도 보며, 모든 일에는 절차가 있음을 깨닫는 다양한 시각과 균형감을 가지는 것이다. 그래야 확신편견과 진영의 논리에 빠져 일말의 타협도 이루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미국 대선을 다시 생각해 보자. 힐러리가 되거나 트럼프가 되거나 힘 드는 건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되었던 그들의 정책과 방향에 맞는 외교적 노력과 역량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이다. 우린 그것을 찾고 논의 했어야 했다. 
 
대통령은 하야할 만큼의 중대 잘못과 심지어 대통령으로서의 덕(德)마저 완전히 잃었다. 그럼에도 구원투수들이 자신을 지탱할 것이라 믿거나, ‘시간이 흘러가면 되겠지’하는 희망적 사고의 늪에 빠져 고집불통이 된 것 같다. 착각이다. 
 
일부 대선 주자들은 대통령만 하야하면 총선을 치르고 마치 자기가 당장 대통령이  될 것 같지만 아니다. 그 때 가면 국민들은 더욱 냉정해 질 수 있다. 야당 정치인들은 광화문의 힘을 믿고 밀고 나가면 자기들에게 100% 유리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잘못 끌고 가면 오히려 불리해 질 수 있음도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 특히 정치인들과 언론이 희망적 사고를 넘어 합리적 사고로 거듭나야 한다.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도 절차에 맞게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은 여야가 적대적 경쟁자가 아니라 파트너임도 깨달아야 한다. 정부가 혼란에 빠져 있어도 민생법안과 예산은 손질하고 통과시켜야 한다. 힘만 믿고 정쟁만 하는 것은 희망적 사고의 늪에 빠진 것이다.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은 그렇다. 정치인과 언론들이 희망적 사고의 늪에서 벗어나 합리적 사고로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 가는 지혜를 보여야 한다. 광화문에 모여 비폭력을 부르짖으며 쓰레기를 손수 치우고, 질서를 유지하는 선진화된 국민의 역량이 바로 합리적 사고로 가는 길이다. 그 정신을 정치인들과 언론이 본받아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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