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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얼굴

김기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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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11.28 15:5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 기 자 수필가
[충청신문=김기자 수필가] 가끔씩 난감하다. 좁은 공간에서, 또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하는 사람들과의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무표정하거나, 아니면 고개를 돌리거나 숙이게 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어서 그 순간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낯선 사람에게 친절히 응대하는 것도 수월치가 않은 일이다.  
 
문병차 병원에 가게 되었다. 환자들이며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종합병원인 지라 엘리베이터가 분주하게 작동하고 있는 터였다. 늘 그랬듯이 무표정한 얼굴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의사인 듯한 젊은 여자가 밝은 표정으로 내 눈을 보고 있는 게 아니던가. 나도 모르게 살짝 미소로 답례를 해주었다. 왠지 마음이 가벼웠다. 차가운 기운이 맴도는 병원에서 색다른 온기가 오고가는 느낌이었다.
 
어린 시절 내 아버지는 항상 인사하는 법을 가르치셨다. 동네 어른들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말 것이며, 공손히 대할 것을 명하셨다. 지금과 달리 가가호호가 가깝고 대문을 열고 사는 시대이기도 했다. 그런 시절을 보낸 탓인지 나 역시 자식들에게 인사하는 법을 늘 강조해 왔다.
 
그 때와 지금은 달라졌다. 차츰 사라져 가고 안타깝게 잃어가는 것들이 무수하다. 문화가 발달하고 생활수준이 높아졌다지만 인성은 메말라 가는 듯하다. 나부터도 그렇게 사는 것에 익숙해져가고 있으니 할 말은 없다. 선뜻 마음을 열기가 어려운 시대라 해도 남을 위한 배려라든가, 공공을 위한 질서를 익히는 것부터 습관화 한다면 훨씬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관심이 멀어져가고 있다.
 
이런 내 생각 속에서 야릇함이 일기 시작했다. 우선 복잡한 시장으로 나섰다. 나이가 많든 적든, 남자이든 여자이든, 대부분 굳어있는 얼굴을 하고 있는 게 아니던가. 역시 미소에는 인색한 표정들이었다. 그 속으로 들어가서 과감하게 내 의식을 시험하고 싶었다. 밑천이 드는 것도 아닌데 인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편 실없어 보일까봐 두렵기도 했지만 어깨를 스치는 사소함에서 결국 살짝 미소를 보내 보았다.
  
의외였다. 거의가 친밀한 표정으로 조용한 거리를 유지해 주고 있었다. 내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미소를 보내니까 그 쪽에서 보여주는 반응도 무리 없이 편안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이웃의 관계란 바로 그런 거였다. 그 순간 우리 모두는 세상에서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작은 잡초도 때에 맞춰 꽃을 피워 낸다. 꽃은 절대로 우는 모습이 아니다. 웃는 모습이다. 꽃을 보노라면 누구이든 함께 피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 줄 안다. 이렇듯 사람의 인생도 꽃과 다를 바 없다. 각양각색이지만 저마다의 개성과 향기를 풍기며 살아가고들 있다. 그것이 승화되어 얼굴로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비교적 잘 웃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인지 나이답지 않게 눈가에는 유난히 잔주름이 많다. 요즘 들어서는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물론 나이 들면 피부도 노화되어 주름이 생기기 마련이라지만 또래보다 더 한 것 같아 야속한 기분이다. 때로는 주변에서 인위적인 방법으로 주름제거를 권유 해 오기도 한다. 호기심이 일기도 했지만 이내 접어버렸다. 그냥 나답게 살고 싶어서였다. 웃어서 생긴 얼굴의 주름을 마치 훈장처럼 여기며 사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아서다.
 
이제 나는 내 얼굴에 묻어나는 인생의 그림자를 들여다보아야 할 때이다. 과연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면이 얼마나 있을지 조심스럽다. 이미 지나간 시간에 대해서는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남아있는 삶의 부분을 조금이나마 후회 없이 알뜰하게 꾸리고 싶은  마음 가득하다. 서로에게 마음의 통로가 되고 따뜻한 눈길을 내어주는 그런 얼굴이 되도록 날마다 다스리며 살아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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