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발생한 10대 소녀들의 감금·폭행 사건은 가출청소년 문제에 둔감한 우리사회에 경종이 되고 있다. 경찰에 붙잡힌 소녀들은 자신들을 주변에 안 좋게 말하고 다닌다는 이유로 또래 2명을 모텔로 데려가 감금하고 7시간 동안 괴롭혔다. 피해자들은 경찰에서 “얼굴과 몸에 침을 뱉고 담뱃재를 털기도 했다”고 밝혔다. 거의 조폭 수준이다. 이들 중엔 가출청소녀도 몇 명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범죄는 몇몇 비행청소년들의 일탈범죄로 간단히 보아 넘길 것이 아니다. 날로 흉포화하는 청소년범죄 양상과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삶의 기본단위인 가정이 역할을 못할 경우 청소년들은 소속감 유대감을 채우기 위해 가출, 거리에서 만난 또래들과 그들만의 세계를 형성하게 마련이다. 그렇게 사회와의 연결은 단절되고 소외감과 욕구불만은 공격적인 범죄로 표출된다.
게다가 가출청소년 문제나 청소년범죄에 대한 진단만 무성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없는 게 우리사회다. 충격적 사건이 발생하면 잠시 소란을 피우다가 잠잠해지기를 반복하다 보니 일종의 사회적 내성까지 생긴 듯하다. 그 사이에 10대들의 범죄는 손쓸 수도 없이 늘어나고 대담해지고 있다. 게다가 가출소녀들의 어렵고 다급한 처지를 악용하고, 돈을 미끼로 성적 노리개로 삼으려는 못된 성인 남성들까지 있다.
얼마 전 대전에선 보도방 연합회를 결성해 소개비 명목 등으로 100억 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폭력조직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보도방이란 유흥업소 종업원이나 노래방 도우미 따위를 알선해주는 조직을 일컫는다. 보도방이 대형화, 조직화 되면서 폭력조직이 개입하고 있음도 새로 드러났다. 이들은 가출한 10대 350명을 유흥업소에 도우미로 소개해주고 알선비 명목으로 지난해 1월부터 올 10월까지 99억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가출한 10대 소녀들이 조직폭력원들의 타깃이 됐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월수 300만원 보장·숙식제공’이라는 광고를 올려 10대 소녀들을 모집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숙박비조로 돈을 뜯어냈다.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 유해업소의 업주는 청소년을 고용하거나 출입을 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성년자를 유흥업소에 공급하거나 미성년자를 채용한 업소는 모두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하지만 돈 앞엔 법도 없었다.
지난 9월 대전시의회 박정현 의원이 주재한 ‘위기 청소녀 가출과 성경험 실태조사 발표 및 대안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원미혜 팀장은 “가출 청소년은 2005년보다 2009년 2배 증가했고 여성이 1.5배가 많으며 가출 청소년 4명 중 1명은 성매매 노출되어 있다”고 밝혔다. 가출청소년, 특히 가출청소녀 보호에 우리사회가 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가출청소녀들이 정신적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보호시설의 대거 확충과, 예방적 상담활동 등도 보다 실효성 있게 추진돼야 할 부분이다.
대전위기청소년지원고민모임은 사회적 안전망이 부재한 상황에서 가족의 방치와 사회적 무관심으로 인한 가출청소년 문제는 법적, 의료적 문제와 주거, 학업, 일자리, 심리정서적 지원 등의 통합적 지원체계와 연결돼야 한다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안고 있는 문제의 원인을 청소년의 입장에서 먼저 묻고 풀어가려는 인식과 사회적 합의일 것이다. 정상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보호, 관리, 치유하는 종합적 시스템을 서둘러 갖추지 않으면 상황은 더욱 급속하게 나빠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