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충청포럼] 여자가 아니라 대통령이 문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6.12.01 13:1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여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충청신문=정여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국내외 뉴스를 보며 새삼 여성에게 덧씌워진 사회적 편견을 더욱 실감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온갖 비리와 부정부패를 저질러 온 남성 대표자의 실패는 남성의 실패로 환원되지 않지만, 여성 대표자의 실패는 그가 '여성이라는 사실'로 환원돼 버리고 있다.

수많은 국민들을 거리로 나오게 한 ‘최순실 국정 농단’사태의 본질은 분명 박근혜 대통령이 문제라는 점이다. 하지만 대통령을 둘러싼 비난 중 사건 자체의 본질과 무관하게 대통령의 성별과 관련된 문제제기를 많이 접한다. “여자들이 나라를 망쳤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이래서 여자가 정치하면 안 돼.“, "앞으로 여자는 뽑으면 안 돼." 등이다. 일부 정치인은 최순실을 '근본을 알 수 없는 저잣거리 아녀자'라고 표현했다가 비판받고 사과했다. 비난받아야 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지 그들의 성별이 아니다.

이러한 발언들은 개인의 문제를 여성 보편의 문제로 보면서 여성을 깎아내리는 것은 왜곡된 시각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여성에 대한 편견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10월 미국 대선 토론에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로부터 공격을 받자 "이런 형편없는 여자 같으니!"라고 중얼거렸다. 물론 트럼프의 여성 비하 발언은 새로운 일이 아닐 정도로 일상적인 것이다. 분노한 여성들에게 주변 남자들은 그러한 발언이 왜 문제가 되는 발언 인지를 인지하지도 못했다. 트럼프가 상대방을 대권을 다투는 경쟁자나 30여년 경력을 지닌 정치인이 아닌 그저 한 명의 '여자'로 취급했다는 것이 문제라는 점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여성'이라는 성을 보호막으로 쓰려 한다. 대통령 변호인이 "대통령의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존중해 달라"고 한 데 이어 최순실 전 남편은 "약한 여성한테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약한 여자를 보면 지켜주고 싶다"고까지 했다. 이들의 발언은 대통령을 위하는 것일 수는 있으나 이들의 말에서는 '대통령'은 사라지고 '여자'만 남았다. 그들이 이야기한 ‘여성’은 사회적 편견에 갇혀있는 ‘약하고 지켜줘야 하는 여성’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의 대표로서 선출되었는가? 박근혜가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그가 '박정희의 딸'이기 때문이지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었지만, 지금 국정 농단 사태에서는 여성이기 때문에 생긴 문제로 취급되고 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의 난관을 헤쳐 나가기 위한 방안으로 ‘보호해야 할 여성’ 이미지를 끌어 쓰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성장기를 보내며 대한민국 여성으로서 겪는 한계, 슬픔, 차별과 시련을 겪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대통령을 딸로서의 영향력을 남용해 자신의 능력보다 훨씬 더 과분한 자리에 앉아 또 다른 진정한 갑으로 살아왔다. 최순실의 의붓 오빠 최순재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8년간 영남대 이사로 재임했을 당시 박 대통령은 아무런 실권 없이 영남 재단 실세 4인방에게 모든 실권을 준 상태에서 비리만 키웠다고 전했다. 능력 없이 자리를 지켜왔고, 이러한 상황을 방임해온 지금 모두가 책임자인데, 왜 유독 현 상황에서 ‘여성’의 지도자 자격을 논하는 것일까?

박대통령은 단지 옳지 않은 인물이었고, 자격도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며, 자기 밥그릇을 채우기 위해 적절히 대통령을 이용한 자들이 지금의 사태를 만든 장본인이다. 또한 '돈도 실력이다. 너희 부모를 원망하라'는 정유라의 말은 최순실과 박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주변에도 손쉽게 부모의 인맥과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남들보다 쉽게 좋은 자리를 꿰차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투명하지 않은 구조가 낳은 갑들의 권력구조인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고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분발해야 할 것이다. 현재 사태가 무마되지 않도록 철저히 검사하고,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들의 부모가 누군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능력이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계급적 구조를 타파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