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문화 속으로] 특별한 이웃

김기자 수필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6.12.12 15:3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 기 자 수필가
[충청신문=김기자 수필가] 내게는 특별한 이웃이 있다. 이름은 콩이라 한다. 짧은 다리에 노란 털을 가진 평범해 보이는 강아지인데 영리하기가 그만이다. 콩이의 주인과는 그다지 친밀한 사이가 아니다. 그저 길에서 만날 때 눈인사 쯤 주고받는 그런 정도의 이웃이다. 콩이는 그렇지가 않다. 어디 외출에서 돌아 올 즘엔 저만큼에서도 용케 알아보고는 쏜살같이 달려와 나를 반기기에 여념이 없다. 
 
처음에는 싫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콩이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오늘도 우리 집 화단에서 마구 뒹굴어 대며 제 의사표시를 몸짓으로 해댄다. 그 바람에 약한 화초는 견디지를 못하고 엉망이 되지만 이웃의 개구쟁이 소행으로 여기다보니 밉지가 않다. 가끔씩 음식부스러기라도 생기면 챙겨주는 버릇까지 생겨났다. 그래서인지 아예 제집인양 수시로 들락거린다.
  
어느 날쯤인가 보이질 않는다. 궁금한 생각에 찾아갔다. 새끼를 여럿 낳고 회복중이라는 주인의 말에 걱정이 해소 되었다. 신통도 하다. 며칠이 지난 후 그 와중에도 축 늘어진 젖통을 지니고 우리 집 현관 앞에 무엇이 궁금한지 다시 찾아오고야 말았다. 이제는 서로가 관심을 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콩이는 목줄에 매달려 있지를 않는다. 어엿한 신분을 지닌 듯 거침없이 골목을 배회하고 다닌다. 목걸이에는 또렷한 제 이름에 주인 전화번호까지 새겨져있다. 콩이네 주인은 건재상을 하는데 그곳을 드나드는 고객을 보면 용케 알아보고 짖지도 않는단다. 이런 행동이 사람 못지않은 지능을 가졌다고나 할까. 하여튼 똑똑한 경비원처럼 하루 종일 가게주변을 맴도는 콩이가 대단해 보인다.
 
나는 전후 세대이다. 암울했던 역사를 교육을 통해 알고 지내왔다. 우리는 지금도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휴전의 상태에 살고 있다. 가끔씩 문제의 뉴스를 접할 때는 가슴이 철렁해온다. 바로 북한을 다루는 뉴스 때문이다. 핵실험이니 뭐니 하면서 연신 불안함을 떨치지 못하는 사건들로 시끄러우면 불안감은 더해간다. 반세기를 지나고도 여전히 넘나들 수 없는 무거운 철망을 둔 채 같은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토록 겹겹이 쌓여있는 대립의 벽을 누가 뚫어야 한단 말인가. 
 
문득 콩이의 행동을 보며 머릿속에 스쳐오는 생각이 있다. 저 차가운 북한에 콩이와 같은 가교역할을 감당할 여러 통로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소통을 도울 어떤 매체가 다양하게 필요할 것 같다. 근접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을 줄 안다. 북한의 체제와 우리의 거리가 멀다 해도 어느 한구석 같은 민족으로서 교류하고 나눌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오늘도 콩이의 주인에게 커피 한잔을 청하러 간다. 아무런 용무도 없으면서 그저 이웃과의 달달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이다. 콩이가 옆에서 진지하게 듣는 듯 앉아있다. 양쪽을 번갈아 보며 좋은 이웃으로 사이좋게 지내라는 듯이 두 귀를 쫑긋 거린다. 전과 다르게 콩이의 주인이 이제는 더 친근한 느낌이다. 나는 콩이를 통해 이웃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정말 특별한 이웃이었다. 이처럼 그 누구이든 어떤 단체이든 북한과의 사이를 좁혀주는 일에 올바른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한다. 그로 인해 북한과의 두꺼운 벽이 허물어지고 평화의 물결이 넘쳐흘러 하나 된 세상이길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