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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검찰개혁의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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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12.21 13:3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우종현 법무법인 정음 대표변호사

[충청신문=우종현 법무법인 정음 대표변호사]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비단 야구에서 뿐만이 아니다. 천신만고 끝에 금배지를 달았건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국회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선거법 위반 수사가 시작됐다.    

김진태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지역 유권자 등 9만여 명에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이행평가 71.4%로 강원도 3위'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실제로 공약이행평가는 시민단체에서 실시한 것이 아니라 김의원 측이 스스로 평가한 결과였다. 중앙선관위는 김의원의 행위를 공직선거법 상 허위사실공표죄라고 판단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 박영선 의원은 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유권자 50여 명을 앞에 두고 선거구의 “모든 학교의 반 학생 수를 25명으로 줄였다"고 연설한 것이 문제됐다. 모든 학교의 반 학생 수가 25명 이하는 준 것은 아니었고, 상대 후보는 박의원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두 의원에 대해 모두 한 차례의 서면 조사만을 한 뒤 처분을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김의원은 불기소되었고, 박의원은 기소되었다. 이 결과를 두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결과라거나 여당 의원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검사는 어떤 행위가 죄가 되는 것으로 보이면 법원에 범죄자의 처벌을 구할 수 있다. 이를 기소(起訴)라고 한다. 판사는 검사의 기소에 종속되어 죄의 있고 없음을 판단하지만, 검사는 어떤 행위가 죄가 될 것인지를 판단한다. 우리나라에서 기소는 오로지 검사만이 할 수 있다.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없다고 보이면 기소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범죄의 혐의가 있다 하더라도 정상을 참작하여 기소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검찰은 직접 수사를 할 수도 있고 경찰을 지휘하여 수사를 한다. 경찰은 검찰의 지휘권 아래에서만 수사를 할 수 있다.

어떤 행위가 죄가 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는 점에서 검찰의 기소권은 절대 권력에 가깝다. 재정신청과 같이 검사의 불기소처분을 다툴 수 있는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검사가 혐의 없다는 판단을 하면 대부분 사건은 종결되고, 피의자는 법원에서 재판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정해진 임기가 있지만, 검찰 조직은 임기마저 없다. 흔히들 말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견제 받지 권력은 부패할 수 밖 에 없었고, 거의 매해마다 스폰서 검사, 성추행 검사, 전관 비리, 봐주기기 수사 논란이 반복되었다. 그럴 때마다 비리 검사를 엄중히 처벌하고 검찰의 권력을 축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그 방법으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신설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검찰에 대한 견제 장치 입법화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현실화되지 못 했다.  

최근 박주민의원 등은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주민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검찰청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제안하였다. 개정법률안은 임기 4년의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시민들이 선거로 선출하고 다른 직위로 전보되지 않도록 신분을 보장하며, 선출된 후에도 시민들이 검사장을 소환할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처럼 검사장이 지역 토착 세력과 결탁하여 스스로 정치 권력화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주민들로부터 선출된 검사장이 민주적 정당성과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성을 가지고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검찰은 다시 외부의 힘에 의한 개혁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검찰은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스스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권력에 안주하여 번번이 때를 놓치고 말았다. 이번에도 타의에 의해 판은 벌어졌지만, 이번 기회를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하고 검찰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개혁을 주도해 나아갔으면 한다. 검사 선서문에 있는 것처럼 우리 검찰이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찰,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찰,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찰,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찰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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