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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지방분권형 개헌이 답이다

안순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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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1.12 17:40
  • 기자명 By. 충청신문
[충청신문=안순택 논설실장]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11일 권력구조 개편 논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개헌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어제는 지방자치와 재정 분야를 논의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는 개헌의 공감대가 높긴 합니다.
 
그러나 시기와 방식, 방향을 둘러싼 이견이 워낙 커 결론을 내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1987년 6월 항쟁의 산물인 현재의 헌법이 변화된 사회상에 맞게 어떤 식으로든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은 진작부터 있었습니다. 생명권 환경권 소비자기본권 남녀동등권 지방분권 등 새롭게 강조되는 기본적 권리가 현행 헌법에는 반영돼 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대통령의 독선 독주를 가능케 하는 ‘승자 독식’의 5년 단임제가 역대 대통령의 비극적인 퇴장을 초래한 원인이라는 진단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60%가 넘는 국민이 개헌이 꼭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문제는 무얼 담을 것인가 하는 내용입니다. 개헌 논의가 정파의 이익에 따라 정략적·정쟁적 모습을 띠는 것은 보기에 썩 좋지 않습니다. 내각제, 이원집정제, 분권형 대통령제 등 주로 권력구조에 치중돼 있는 것도 대단히 우려스럽습니다. 이건 아니지요.
 
그래도 빛은 보입니다. 개헌특위가 지방자치, 지방분권을 의제로 놓고 논의하는 게 그렇습니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나누는 게 옳다면 같은 논리로 중앙에 집중된 권력을 지역과 나누어야 맞지 않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와 남경필 경기지사의 ‘한국병’ 진단은 의미가 있습니다. 두 지사는 “권력집중으로 비대해진 중앙권력은 곳곳이 썩어 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서울에 몰려 있는 권력과 부를 전국으로 흩어 놓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회 청와대 대법원 대검찰청을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지요. 개헌 논의에 지방분권을 핵심 화두로 던져 놓은 겁니다.
 
지방분권은 과거 김영삼 정부 때부터 꾸준히 논의돼 왔습니다. 그럼에도 도통 진전이 없는 건 ‘전선 없는 전쟁’이기 때문입니다. 지방분권이 미래의 정치 질서라고 한 사람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입니다. 그는 미래 사회의 최고 가치를 다양성에 두고 지방분권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지방분권을 실현하는 일은 ‘전쟁’이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지난한 과제라는 겁니다. 지방분권이 전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권력을 나누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피를 나눈 형제간에도 나눠 갖지 못하는 게 권력일진대 공고한 기득권을 중앙이 지방에 순순히 내줄 리 만무이지요. 권력을 가져오자면 지방으로선 불가피하게 치러야 할 전쟁인 셈입니다.
 
이를 단칼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지방분권을 헌법에 명시하는 겁니다. 사실 현행 헌법에 지방자치와 분권 관련 규정은 단 두 조항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제117조는 ‘법령의 범위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며 지방정부의 입법권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 118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며 지방정부의 조직권과 인사권을 무력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상 지방정부를 중앙정부의 하급행정기관 쯤으로 여기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개헌 논의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를 지배와 종속이 아닌 대등한 협력 관계로 명문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수도권 집중을 극복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보장하는 지방분권 개헌으로 가야 합니다. 단순히 권력구조만 손보는 개헌이 아니라 국가경영의 틀을 지방분권으로 바꾸는 개헌이 돼야 합니다. 지방분권의 이념과 가치를 헌법에 분명히 명시하고, 자치입법권과 재정자치권도 헌법적 제도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핵심으로 한 ‘87 헌법’이 올해로 30년입니다. 이 체제는 지나친 정치, 경제의 중앙 집중과 권력 독점으로 이미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비대할 대로 비대화된 수도권과 이에 반비례해 고사하고 있는 지방의 현실에서 바로 입증됩니다. 
 
나라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버렸고, 국가 경쟁력 또한 퇴보하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권력구조 개편과 지방분권형 개헌은 반드시 가야할 길입니다. 한국병을 고치려면 지방분권형 개헌 이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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