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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반 전 총장의 광폭행보, 충청대망론 띄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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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1.16 17:54
  • 기자명 By. 충청신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어제 거제도와 부산을 찾아 어려움에 처한 조선·해운 산업 현장을 돌아봤다. 귀국 후 첫 주말 고향 음성과 충주를 방문한데 이어 다음날엔 ‘천안함 폭침’의 아픔을 간직한 평택 2함대를 찾았었다. 오늘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과 팽목항을 방문해 세월호 희생자의 넋을 위로한다. 내일은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다. 연일 강행군이요, 거침없는 광폭 행보다. 
 
반 전 총장은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한 몸 불사르겠다” 등의 언급으로 대선 출마를 시사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자신의 입으로 출마하겠다 밝힌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의 행보를 10년 유엔 사무총장을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하고 국민에게 하는 인사로 보는 사람은 없다. 대선을 향한 행보로 읽히면서 발걸음 하나, 말 한마디에 국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반 전 총장은 광폭행보로 국민화합의 적임자는 바로 나라는 걸 보여주려는 것 같다. 좌우 정파를 가리지 않고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등 전직 대통령 묘역을 모두 참배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봉하마을을 방문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연일 강행군을 하며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민생 행보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나는 진보적 보수주의자’라는 말을 놓고 일부에서는 정치적 지향이 뚜렷하지 않다고 폄하하지만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겠다는 뜻으로 보면 헐뜯을 일이 결코 아니다. 귀국 일성으로 내놓은 ‘대통합’ ‘대타협’과 어울리는 행보다.
 
충청도민의 입장에선 과연 반 전 총장이 ‘충청대망론’에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인가가 관심이다. 충청대망론은 충청권 출신 인물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대선 후보 지지율 선두를 다투는 반 전 총장은 현재로서는 충청대망론에 가장 가깝다. 최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귀국 후 문 전 대표와의 격차가 상당히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민들이 각별히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일은 충청대망론이 지역주의로 비쳐지는 것이다. 지역주의, 진영논리, 패권주의라는 해석이 확대된다면 충청대망론은 물 건너 갈 공산이 크다. 통합과 타협이 절실한 작금의 상황에서 지역적으로 기존 영호남 갈등 구도를 벗어나려면 화합과 융합의 리더가 필요하다. 그게 누구인가. 그 시대적 사명과 적임이 충청권임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까지 찾아가 “공산당만 아니면 반기문을 따르겠다”고 한 충청권 의원들은 외려 멀리해야 한다.
 
지금의 정치 환경은 반 전 총장에게 아주 유리한 국면이다. 새누리당에서 바른정당이 분당해 4당 체제가 열리면서 보수와 진보의 틀이 흐릿해졌고, 촛불 민심과 탄핵 정국으로 새로운 리더십과 사회 변화에 대한 욕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고, 국민의당 역시 영입에 적극적이다. 진영을 선택하면 세력을 확보하는 데 보다 쉬울 수 있다. 하지만 달리 보면 새 판을 짜기에도 유리한 입장이다.
 
반 전 총장은 “충청대망론이라고 하는데, 충청도에서 자라고 태어났지만 충청만을 위해 일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 생각이 충청대망론을 살릴 수 있다. 정치세력화는 결국 사람을 모으는 일이다. 지역, 진영, 패권을 뛰어넘는 가치를 제시하고 그 깃발 아래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을 모아 지지기반을 넓혀갈 수 있다면 ‘정치를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리더십과 능력을 증명해 보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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