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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더러운 잠’과 민주주의

정여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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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2.02 15:4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여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충청신문=정여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에 걸린 일부 그림이 여성혐오로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이 된 이 합성 그림은 마네의 올랭피아와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라는 작품속의 성매매 여성의 나체와 박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사드(THAAD) 미사일과 흰 진돗개 두 마리를 배 위에 올려두고 있다. 원작의 흑인 하녀 자리에는 최순실의 얼굴이 있고, 주사기로 만든 꽃다발을 들고 있으며, 배경에는 최순실 씨가 태블릿 PC로 촬영한 ‘셀카’와 침몰하는 세월호 선체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표창원 의원의 전시회에 대해 모두가 비판하고 나섰고, 여성에 대한 혐오와 비하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며 표의원에 대해 명백한 처벌과 근절에 대해 요구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또한 “대통령을 풍자한 ‘더러운 잠’은 여성비하이자 인격모독, 저질적 성희롱”이라며 전시회를 주최한 표 의원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그동안 ‘대한민국 출산지도’ 논란을 비롯해 지난해 여성들이 거리로 나섰던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등 여성혐오 논란이 일었던 사건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았던 여가부 역시 논평을 통해 “여가부는 모든 국민의 인권보호와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부처로서, 민의의 정당인 국회에서 최근 여성을 비하하는 성격의 전시가 개최된 데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예술이 지닌 표현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언제나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과 가치에 기반해야 할 것”이라며 “여가부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혐오, 비하가 우리 사회에서 하루빨리 근절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문제는 대통령이 여성이기 때문에만 풍자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탄핵과 관련해 제시된 문제들에 대해 “여성 대통령이 아니면 그런 비하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나는 혹시 ‘더러운 잠’에 대한 논쟁이 본질을 벗어난 이슈가 될까 두렵다. 
 
지속적으로 우리 사회의 논쟁이 되는 이슈 중의 하나가 외설과 예술의 범주를 어떻게 볼 것 인가 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예술과 외설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그 기준을 일관되게 정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기준을 명확히 하더라도 늘 오차는 발생할 것이다. 더 많은 것을 외설로 넣자면 과도하게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고, 웬만한 것은 외설로 간주하지 않는다면 많은 사람이 민망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자신에게 있어서 예술인 것이 타인에게 있어서는 외설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사회적으로 흔히 드러나고 그것이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라면 거기에 노출되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씩은 그냥 익숙해져서 그 경계가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번의 ‘더러운 잠’과 관련하여 부패한 권력자라 할지라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방식으로 비판되어서는 안되며 민주주의는 조롱이나 혐오와 함께 갈 수 없다는 점에 대해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표창원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누드 풍자화 ‘더러운 잠’ 전시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고 소속 정당에서는 표 의원에 대한 처벌 수위를 결정하기 위한 징계위원회가 열릴 계획이다.
 
물론 표창원 의원의 방식은 적절하지 않았지만, 보수단체 회원들은 국회에 들어가 문제의 그림을 박살냈으며, 표 의원 가족을 향한 인신공격을 하고 있다. 또한 박사모 회원들은 표창원 의원들의 가족을 내세워 표 의원과 아내, 딸의 누드화를 합성해 게시하고 있다. 이러한 대응 역시 비판을 넘어선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다. 
 
더러운 잠은 대통령에 대한 풍자를 넘어 여성비하, 인격비하로서의 논쟁이 많은 작품이지만 이에 대한 대응 역시 민주적이지 않다.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로의 발돋움을 위해 합리적인 비판과 새롭게 태어난 시민의 주인의식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의 민주적 시민의식이 함께 성장할 때 자부심 가득한 대한민국으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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