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이한나 법률사무소 다올] 갑은 을에게 100~200만 원씩 4차례에 걸쳐 총 960만 원을 빌려주었다. 갑이 을에게 돈을 갚으라고 하자, 을은 그냥 받은 것이므로 돌려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갑은 어쩔 수 없이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갑과 을이 10년 이상 알고 지냈지만 천만 원에 가까운 큰 액수를 아무 대가나 조건 없이 줄 정도로 긴밀한 관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 갑이 을에게 돈을 줄 때 갑의 계좌잔액이 천만 원 미만으로 현금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 등에 비춰볼 때, 갑이 반환받을 것을 전제로 송금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여 갑의 손을 들어줬다.
위 사례에서 갑은 을과 금전소비대차 계약서 또는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았다. 친분 있는 사이에서 계약서를 작성하기가 멋쩍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괏값은 돈을 빌려주고도 제때 돈도 못 받고 사람도 잃고 소송까지 가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돈을 계좌 이체해서 돈 준 사실이 명확했고, 갑과 을이 단순 지인 관계여서 일반인의 상식으로 갑이 을에게 증여했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만약 갑이 을에게 현금으로 줬거나 직접 자신의 신용카드를 쓰도록 하는 방법으로 돈을 빌려줬다면, 돈을 지급한 사실이 있는지부터가 불분명해서 소송에서 졌을 수도 있다. 혹은 갑과 을이 가족관계나 연인관계와 같이 친밀한 사이였다면, 대여가 아닌 증여로 판단되어 패소했을 수도 있다.
대법원 판례 중에 ‘부모와 자녀 간 금전 거래에서 차용증을 작성한 적도, 이자를 받은 적도, 담보를 제공받은 사실도 없어 증여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한 예가 있다.
그러므로 돈을 빌려주고도, 소송을 하고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돈을 빌려줄 때 아래의 몇 가지 사항은 기억하자. ▲ 돈거래는 계좌 이체를 이용한다. ▲ 현금 거래라면 영수증을 받아 잘 보관한다. ▲ 계약서(당사자의 인적사항, 대여원금, 이자, 변제기 등의 내용 포함)를 반드시 작성한다. ▲ 계약서를 인증받으면 확실한 증명력을 가진다. ▲ 계약서를 집행력 있는 공정증서로 작성해두면 소송을 거치지 않고 바로 집행할 수 있다. 인증이나 공정증서 작성은 가까운 공증사무소를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