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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Noblesse의 도덕성 재정립

하헌선 대전동산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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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2.08 15:5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하헌선 대전동산초등학교 교장
[충청신문=하헌선 대전동산초등학교 교장] 양력으로는 이미 새해가 시작됐지만 음력으로는 지난 1월 28일이 음력 설날로 2017년 정유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흩어졌던 가족들이 고향을 찾아 한 자리에 모였던 이번 설 연휴기간 동안 밥상머리 화두는 대부분 경기불황과 불안한 정치권의 상황에 대한 걱정이 주를 이루며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부분에 열을 올렸을 것이다. 
 
우리사회 전반에 걸친 총체적인 문제점은 잘못된 도덕성과 가치관이 정당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아닐 것이다’, ‘설마 우리만은 안 그렇겠지’, ‘나만 잘 되면 된다’는 등의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불신으로 이어지고 물질만능을 추구하다가 결국 바른 도덕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도덕은 인간이 지켜야할 올바른 도리나 바람직한 행동규범이다. 도덕성은 도덕적 가치, 도덕적 판단, 도덕적 행동까지 포괄하는 도덕적 품성의 개념으로 선악을 구별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며, 인간관계에서 지켜야 할 규범을 준수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러한 도덕성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문화적 규범에 따라 행동하도록 배우고 이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개개인의 성격이나 가치관에서 시작되어 구체화되는 행동까지를 범사회적으로 보편화되고, 객관화된 가치기준으로 다양한 행위들을 판단하는 시점에서 도덕성이 개입하게 된다. 그렇기에 도덕성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가치 기준의 척도가 유동적일 수 있어 그 시대가 요구하는 도덕성의 정도는 개인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확고하게 재정립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누릴 수 있는 권한과 혜택이 주어짐에 반비례하여 도덕적인 측면에서는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된다. 지도자들이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으로 솔선수범해야 하는 것은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현대까지 그러니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도층의 긍지로 자리 잡고 있다.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대표하는 말로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가 있다. 귀족 사회의 높은 도덕적 의무'라는 뜻으로 유럽 왕정시절 귀족의 특권에 따른 의무를 가리키는 말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귀족들은 생사를 가르는 전투에서 앞 다투어 최일선에서 지휘관으로 자원해 싸웠고 이를 더없이 명예롭게 여겨 명문가일수록 전쟁으로 희생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IS 공습 조종사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대표해 공습에 참여한 8명 중 한 명인 칼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영국 왕실 적통임에도 불구하고 아프카니스탄에서 일반 병사와 똑같이 생활하며 각종 전투에 전투병들과 함께 참여한 해리 왕자, 포클랜드 전쟁에 해군 헬기조종사로 참전했던 앤드류 왕자는 전우들의 사기를 돋우는 의미도 있었지만, 역사적으로 Noblesse Oblige 정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되었기에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 받고 있다. Noblesse Family들의 가슴 속에 이렇게 위대한 Oblige의 정신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영국 왕실의 위엄이 이어지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기에 충분하였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Noblesse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심각한 수준이다. 어떻게 행동하고 누구를 본받아야 할 지 바람직한 행동 기준이 모호한 상황이다. 특히 학식이 높고 지위가 높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게는 더 높은 도덕성과 솔선수범의 Oblige가 요구되지만 현실적으로는 더 파렴치하고 비도덕적인 행동으로 우리 사회의 존립에 대한 위기의식마저 느끼게 하고 있다. Noblesse의 긍지와 도덕성이 정립되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학식과 지위가 높더라도 언제든지 유혹에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 사회의 Noblesse Family들은 선진국과는 달리 긍지와 도덕성 그리고 올바른 윤리의식이 내면화, 체질화되어 있지 못한 경향이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우물물을 다 흐린다’는 속담으로 위안을 삼기에는 탄핵정국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이 너무 후유증이 크다. 최고 높은 도덕성을 갖춰야 할 우리나라 최고의 지도층에서 도덕적 해이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2017 새해에는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Noblesse층이 단단하게 형성되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자발적으로 Oblige정신을 발휘하는 Noblesse Oblige가 내면화 체질화되고 국민 모두는 각자의 일에 성실하여 선진국의 문턱을 펄쩍 뛰어 넘는 희망찬 정유년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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