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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축복과 재앙

우종현 법률사무소 정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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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2.15 16:0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우종현 법률사무소 정음 대표변호사
[충청신문=우종현 법률사무소 정음 대표변호사] 인간 지식의 유한함을 잘 드러낸 사례로 DDT를 들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기적의 살충제로 불렸던 DDT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질병으로부터 구원한 축복의 가루였고, DDT를 개발했던 파울 헤르만 뮐러는 1948년 노벨 생리학상을 받았다. 
 
당시 DDT는 곤충들이 전염하는 각종 질병으로부터 전쟁이 죽인 사람들보다 많은 사람들을 살려냈다. 그러나 그 강력한 살충 능력이 오히려 재앙을 가져왔다. DDT는 해충의 천적까지 죽여 버렸고 내성이 생긴 곤충들의 출현하면서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과 30년 만에 재앙의 물질로 전락했다. 
 
원자력. 핵(核) 에너지 또한 ‘프로메테우스의 불’로 불리며 반세기 이상 가장 효율적이고 가격이 싼 에너지로 불렸으나 점점 그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원자력 발전의 태생적인 문제인 안전성 때문이다. 
 
멀리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서부터 가까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예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실수나 재해에 의해 얼마든지 원전은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 원전 사고는 천문학적인 사상과 비용을 수반한다는 사실이 학습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지진으로 인해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는 사고를 다룬 ‘판도라’라는 영화가 개봉하여 원자력 발전의 두 얼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 영화는 지진으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는 사고로 인한 위험을 시각적,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재난 블록버스터가 그러하듯, 사람들은 영화관을 나와 현실로 돌아오면 재난의 위험에 대해서는 영화 속의 이야기로 치부하고 잊어버리게 마련이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지난 7일 월성원전 1호기의 수명연장에 대한 무효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이 있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역주민 2166명이 월성원전 1호기 수명 연장 허가를 무효화해 달라고 청구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의 판결을 내렸다. 월성원전 1호기는 1982년에 가동을 시작했다. 설계 수명이 30년인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5년 2월 월성원전 1호기의 운영을 10년 연장하는 허가를 했다. 그런데 월성원전 1호기는 수명 연장 허가 뒤 재가동에 들어갔다가 두 차례나 자동 정지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2016년 9월에는 원전이 위치한 경주 지역에서 강진이 발생하면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원전의 수명 연장에 있어 안전성 평가 절차와 기준이 적절한 지의 여부이다. 원전의 수명연장 절차가 적절했는지, 월성원전 1호기 원전의 수명을 연장해야 하는 지에 대한 의견은 각자 다를 수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법원의 판결에 항소하여 법적인 다툼은 계속되고 있고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1심 법원의 판단과 다를 수 있다. 다만, 원전의 수명 연장, 원전의 안전성 평가 절차와 기준에 대한 논의가 공론의 장으로 나오게 되었다는 점, 원전의 안전성을 우려한 지역주민 2166명이 십시일반 소송비용을 모아 소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이번 소송은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사에 있어 기념비적 사건이다. 
 
영화 ‘판도라’의 이야기는 현실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대전 유성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연구용 원자로 해체 과정에서 나온 콘크리트와 오수, 장갑 등 방사성 폐기물을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무단으로 야산과 하천에 버려온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월 13일 새벽에는 대전 유성구에서 지진이 발생했는데, 지진의 진앙지가 한국원자력원구원으로부터 불과 10km 떨어진 곳이다. 게다가 한국원자력원구원의 방사성 폐기물 저장고 일부는 1980년대에 건설된 것으로서 내진설계가 적용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대전시와 충청지역의 시민들이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 절차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이다. 판도라의 상자는 열리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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