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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영이와 같은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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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9.10.04 18:23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등굣길 초등학교 1학년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해 영구장애를 입힌 50대 남자가 대법원에서 징역 12년형이 확정되면서 여론의 분노는 온 나라가 피해자인 ‘나영이의 비극’으로 들끓고 있다. 네티즌들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었는데 술 먹었다는 이유로 감형해줬다”며 법원을 비난하고, 다시 극형에 처하라는 인터넷 청원을 올리고 있다.

국민들은 아동 성범죄사건을 대하는 법원과 검찰의 태도에 분통이 터져 연일 포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수 없는 글이 올라왔다. 여덟살 여아인 ‘나영이’(가명)를 성폭행해 항문과 대장, 생식기의 80%에 영구 장애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에 대한 대법원이 내린 형량이 현행법상으로는 가볍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피의자의 흉악한 범행수법과 범인의 뻔뻔스러운 태도에 대한 인면수심에 비하면 놀라울 판결이다. 국민들은 법 감정은 아랑곳없이 기계적으로 형량을 대법원에서 선고하자, 작량감경을 남발하는 데 따른 불만의 소리가 높다. 오죽했으면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그런 사람은 평생 격리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했겠는가.

더구나 술에 취했다고 감형하는 온정주의에는 기가 찰 노릇이다. 안양 초등생 혜진, 예슬 어린이 사건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인데 또 끔직한 사건이 가중처벌을 받아도 시원치 않았을 텐데 재판부가 이 지경을 만들었으니 세상 무서워 어떻게 딸자식을 키우겠는가.

이처럼 법질서가 땅에 떨어지고 사법불신이 횡행하는 데는 ‘보호할 가치 없는’아동 성범죄자를 일벌백계로 다스리지 못한 사법당국의 책임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 이처럼 사법기관의 온정적인 태도 때문에 성폭행범 사건이 쉽게 풀려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을 더 하고 있다.

특히 초범일수록 이런 경향이 두드러져 범죄를 촉발시키는 느낌이다. 법무부는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아동 성폭력사범의 기소율이 겨우 41.2%이며 게다가 구속률은 16.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더 놀라운 일은 지난해 발생한 13세 미만의 아동대상 성범죄자의 절반에게 집행유예 이하의 형을 선고한 사실이다.

아동 대상 성범죄자의 솜방망이 처벌이 큰 문제다. 때문에 온정적 태도로 상습성이 높은 성폭행범까지 풀어 주고 이들을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 내지 말라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 과거에도 성폭행 전과가 있었기에 동일 범죄자의 사후관리에 대한 허점과 양형기준 등 사법체계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은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게는 아동이 활동하는 장소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시키고 있다. 또 상당수의 주에서는 이른바 ‘메간법’에 따라 미성년자를 강간한 범인은 출소 이후에도 주거 및 취업을 엄격하게 제한시키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신원을 공개하고 사는 집 앞에는 안내문과 표지판을 붙인다고 한다.

물론 학교, 교회, 공원 버스정류장 등 공공장소와 가까운 곳에서는 이들이 살지 못하게 하고도 있다. 때문에 성범죄 전력자들은 마을에서 쫓겨나 숲 속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경우까지 발생해 이중처벌과 인권침해의 논란이 나올 정도다. 우리도 이제 아동 성범죄의 특성을 고려해 범인을 엄중하게 다스리고 철저하게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부 성범죄자들의 입에서는 “교도소에서 운동 좀 하고 나오겠다”는 말이 서슴없이 나올 정도여 충격적이다.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도입해 효과를 내고 있는 전자발찌 제도를 이들 범죄자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성폭행은 피해자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범죄라는 점이기에 처벌도 그렇치만 예방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7~12세 여아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지난 2006년 772건에서 2008년 1005건으로 23.1%로 늘었다. 우리 사회는 15세 이하 청소년 성폭력 피해자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대책 마련에는 소홀히 해온 것은 사실이다. 대법원양형위원회는 여론이 들끓자 양형을 상향조정하겠다고 법석이다.

늦게나마 정신을 차렸다니 다행이다. 이제 제2, 제3의 나영이가 나오지 않도록 부디 처벌 규정을 제대로 만들기 바란다. 그리고 나영이가 그린 그림을 보았다면 어린 피해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나영이가 그린 그림속에는 쇠창살에 가둔 범인의 머리를 망치로 때리는 모습과 벌레와 쥐를 그려 넣었다고 한다.

또 평생을 그 속에서 살면서 흙이 들어간 밥을 먹어야 한다고 아빠에게 그림을 보이며 설명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이런 그림을 그렸겠는가. 대법원의 판결이 어린 나이인 나영이 생각에도 못미친다면 국민이 법을 어떻게 신뢰할 것인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임명섭/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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