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평결 선고를 기다리며'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담화문에서 유 주교는 "2017년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3월 1일 ‘재의 수요일’은 일제의 지배에 항거해 독립을 외친 3·1운동을 기념하는 날"이라며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유린되는 불의한 현실에 맞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판결 선고를 앞둔 우리의 현실을 조명하고 현 사태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법 정의가 실현된 합법적이며 투명한 판결을 통해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열망에 응답해야 한다"며 "오직 역사와 진리 앞에 부끄럽지 않은 판결만이 탄핵정국으로 분열된 민심과 갈등을 치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각성된 국민의식은 사상논쟁을 통해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여 당리당략에 이용하려는 모든 세력에 분연히 맞서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노력으로 단합하여야 한다"며 "한국 교회에 주어진 십자가를 우리 모두가 두려움 없이 짊어질 때, 이번의 사순시기는 파스카의 기쁨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사순시기의 의미를 되새겼다.
유 주교는 "역사와 국민을 기만한 모든 정책은 이제라도 무효화되어야 한다"며 "탄핵정국의 수습은 정권교체로 완결될 수 없고, 이 잘못된 정책들을 사회의 혼란을 틈타 강행하려는 시도는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고 방점을 찍었다.
특히 "교회는 민족의 화해를 통해 동아시아 평화와 공동선을 증진하려는 민족적 염원에 동참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세계 시민으로서의 역사적 과제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며 "교회는 양심과 원칙을 저버리며 사실을 은폐하고 위조하려는 모든 세력에 '행동하는 기도'로 의연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유 주교는 "교구 설정 70주년을 맞으며 우리는 순교의 피로 세워진 교회의 의미를 시노드 안에 담아내어 자랑스러운 순교자의 후예로서 나갈 길을 함께 찾아가는 여정을 걷고 있다"며 "정의와 진리를 수호할 수 있는 용기를 성령께 간구하고 순교선조와 순국선열의 정신을 이어받아 하느님 나라의 실현을 위해 오롯이 투신할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