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화요논단] 가위눌림, 자는 자세만 바꿔도 줄일 수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7.03.21 16:1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고효진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수면 시 의식은 깨어있는데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누군가 옆에 있는 것 같으며 소리를 질러도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 등의 증상을 흔히 ‘가위눌림’이라고 한다.

가위눌림은 잠을 자는 도중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 공포스럽고 불쾌한 경험은 과연 병일까. 아니면 심한 악몽일까.

정상적으로 우리 몸은 잠들었을 때 근육이 이완된 상태를 유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꿈을 꿀 때 그 내용대로 우리 몸이 움직여서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때때로 아직 몸이 이완상태에서 회복되지 않았는데 의식이 깨어날 수가 있으며 이 때 우리 몸이 마비되어 있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의학적으로는 수면마비(Sleep paralysis)라고 한다.

잠을 잘 때는 외부 자극에 둔하고 주변을 인지할 수 없으나, 가위눌림 중에는 살짝 건드리는 자극에도 쉽게 근육 마비가 풀리고 주변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의식할 수 있다. 수면 중의 각성과 렘수면(눈동자는 계속 움직이고, 근육의 긴장도가 떨어지는 수면 단계)이 뒤섞여 가위눌림이 나타나게 된다.

렘수면 단계에서는 정신은 활발하게 움직이는 반면 호흡을 제외한 모든 근육은 움직이지 않는다. 몸을 움직일 수 없으므로 가위눌림의 공포감이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이다.

가위눌림은 충격적인 경험을 했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피곤할 때 주로 나타나며, 밤낮이 바뀌는 수면주기 장애, 낮에 많이 조는 주간 수면 과다 환자에게 잘 나타난다고 한다. 또한 항불안제 복용, 우울증, 만성적인 수면부족이 있어도 가위눌림을 경험하며, 수면 자세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수면마비의 경우에는 보통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충분한 시간 동안 규칙적으로 잠을 잘 자고, 똑바로 누워서 자지 않고 옆으로 자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옆으로 누워서 자면 목젖이 기도를 막으면서 생길 수 있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경우, 목이 두껍고 짧은 경우에는 옆으로 자는 것이 좋다.

가위눌림은 보통 10대에 처음 시작하지만 어느 연령 때에도 일어날 수 있으며 남녀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어느 한 연구를 보면 일생 중 약 1/3의 사람이 적어도 한번 이상 수면마비를 경험했으며 약 10% 정도는 반복적으로 공포증상을 동반한 수면마비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위눌림은 의식의 각성이 불완전해 뇌는 깨어 있으나 사지는 미각성 상태인 증상으로, 뇌의 각성 상태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환청이나 환각 등을 잘 동반한다. 때로는 심각한 불안과 공포감을 동반하는데 몸이 공중부양 되거나 나쁜 기운이 침실로 들어오는 듯한 환각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처럼 수면마비로 인해 몹시 불안하고 잠을 잘 못자거나 낮에 졸음이 심하게 오는 등의 문제가 있으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수면마비가 올 수 있는 원인 질환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으로는 불규칙한 생활, 수면 부족, 과로, 스트레스 등이 꼽히며, 기면병, 다리 경련과 같은 수면질환, 양극성 장애, 약물남용 등의 정신질환, 간질, 고혈압 등의 내과적 질환 등에서 잘 나타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여러 가지 수면장애, 스트레스,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물 등을 잘 살펴보고, 특히 기면병의 경우 정확한 진단을 위해 수면다원검사, 반복적 수면 잠복기 검사 등의 특별한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또 공황장애, 조울병과 같은 정신질환 여부도 잘 살펴봐야 한다.

가위눌림과 비슷한 증상으로 혼동하기 쉬운 것은 수면장애의 하나인 악몽과 잠들기 전에 나타나는 공황발작 증상이 있다. 악몽은 글자 그대로 나쁜 꿈을 꾸어서 불안증상을 느끼는 것이며 공황발작은 숨이 막힐 것 같거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을 받는 등의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두 증상 모두 몸이 마비되는 느낌은 뚜렷하지 않다.

수면마비가 있는 사람들은 불안척도 점수가 높게 나오는 등 정신병리학적으로 불안과 깊은 관련이 있다. 즉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한 이유다.

고효진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