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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에] 효도에는 우렁각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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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4.09 16:0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려면, 그 일을 주도적으로 하는 사람 못지않게 그 사람을 정서적으로 인정하고, 응원해 주는 이가 곁에 있어야 한다. 우렁각시가 바로 정서적 지지꾼이다. 특히, 효심(孝心)이 지극한 가정을 보면 반드시 우렁각시가 있다. 필자는 그런 뭉클한 감동과 떨림을 주는 우렁각시를 곳곳에서 만난다.

얼마 전, H초등학교 J교장 선생님과 함께 청렴리더십 함양 과정 연수를 받기 위해 충청북도 청주에 있는 청렴연수원에 다녀왔다. J교장은, 대학 동기일 뿐만 아니라 교사 시절에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함께 했고, 2005년에는 호주와 뉴질랜드를 10일 동안 함께 여행할 정도로 뜻이 잘 맞는 동지이다. 서로 말동무가 되어 오가는 길이 즐거웠다.

대화 중 그동안 몰랐던 일도 알게 되었다. J교장은 2013년 교감으로 근무할 때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청양에 홀로 적적해 하시는 아버지를 모시기 위해, 청양에서 대전으로 출퇴근하기 용이한 고속도로 톨게이트 부근의 학교를 희망했다고 했다. 대학생 자녀들만 대전에 남겨 두고 부부가 거처까지 청양으로 옮겼다고 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어느 정도 혼자 사시는 것에 적응하고, 대전에서 청양까지 출퇴근하기 쉽지 않은 곳에 학교장으로 부임한 후에는, 사흘에 한 번 정도 들르다가, 더 바빠진 요즘은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 아침에 가서 일요일 밤에 온다고 했다. 대전에서 청양까지 아무리 빨리 운전하더라도 족히 왕복 3시간은 걸렸을 것이다.

운전석에 앉은 그의 옆모습을 슬쩍 훔쳤다. 언제나 그렇듯이 부처님 얼굴이다. J교장도 존경스러웠지만 그 사모님이 더욱 우러러 보였다. 부모님을 위하는 남편의 마음을 이해하고, 많은 희생이 있었을 텐데도, 묵묵히 함께 해준 부인이 있었기에, J교장은 맘 편하게 아버지를 모실 수 있었을 것이다.

J교장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작년에 함께 근무했고, 지금은 S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K교감 선생님이 생각났다. K교감과는 1년 밖에 같이 근무하지 않았지만, 마치 몇 년을 함께했던 것처럼 내 마음속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여러 어려운 여건에 속앓이를 하면서도 큰 소리 한번 내지 않았던 분이다.

항상 온화한 미소로 교직원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진력했기에 K교감을 떠올릴 때마다 필자의 가슴은 먹먹해진다. 댁에서 10분이면 넉넉히 오갈 수 있는 학교를 두고 굳이 멀리 떠나려 했던 사정을 알기에 착잡했다. 좀 더 같이 근무하고 싶었지만 붙잡을 수 있는 명분이 없었다.

K교감은 필자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기에 가끔 출퇴근도 함께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연히 댁 근처에 연로하신 시부모님을 모시고 산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두 분 모두 몸이 불편하여 거동하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 역할을 교직에 있는 남편이 주로 맡았다. 퇴근하면 매일 수발하러 그리로 갔고, 부모님 댁에서 자고 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필자에게도 폐암과 식도암으로 투병중인 부모님이 계시기에 공감 되었다. 남편은 부모님을 돌봐드리는데 정성을 다 하면서도 가정에도 충실하다고 했다. K교감의 얼굴이 언제나 밝은 이유가 그랬다. 자녀 교육도 남부럽지 않게 잘 했다. 수신제가(修身齊家)에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까지 이룬 분들이었다.

하루는 K교감의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무슨 일 있느냐고 여쭸다. 시댁 식구들이, 한 사람의 희생이 너무 크면 안 된다며, 시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시기로 의견을 모았단다. 남편이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그 후 남편은 거의 매일 요양원으로 퇴근한다고 한다.

명심보감 계심편에 ‘孝百行之本(효백행지본) 忍百行之上(인백행지상)’ 이라는 말이 있다. 효도는 백행(百行)의 근본이고, 인내는 백행(百行)의 최상이라는 뜻이다.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인정이 메말라갈수록, 백행의 근본인 효에 대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듯이, 어른은 아이들의 거울과 같은 존재이다. 백 마디 말보다 어른들이 부모를 잘 섬기고 바르게 공양할 때, 이를 지켜본 자녀들의 효 교육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물론 부모님에 대한 효만 생각하고, 배우자나 형제자매간에 불화가 생겨서는 곤란하다.

그러기에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도록 묵묵히 지원해 주고 이해해 주는, 우렁각시를 고마워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J교장 선생님의 부인이나 K교감 선생님과 같은 우렁각시를 짝으로 만났기에, 상대방의 효심이 더욱 빛을 발휘한다고 본다. 필자는, 보이지 않는 손, 그 우렁각시에게 마음으로 큰 상을 드린다.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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