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기고] 아름다운 선거, 아름다운 유권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7.04.24 18:3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연주 아산시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자고 일어나면 종이신문, 인터넷 포털 등 매체마다 5월 9일 치러지는 제19대 대통령선거관련 후보자의 공약, 여론조사 결과 등에 대한 이야기로 지면과 게시판을 도배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대통령을 뽑는 유권자는 선거여론조사에 자신의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출할 뿐이다. 그럼 유권자는 대통령선거에 무관심한 것인가? 침묵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다. 새벽녘 동틀 무렵이 가장 어둡다고 한다. 바로 지금이 그 시점이다.

유권자는 5월 9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 위해 매의 눈으로 후보자들을 지켜보고 있다. 잠시 우리 주변의 유권자를 들여다보면 그 곳에 답이 있다. 가족 또는 친구들이 모이는 자리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불문율이 있다.바로 정치와 종교 문제를 대화의 주제로 삼지 말라는 것이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얼마 전 가족끼리 서로 지지하는 후보자를 놓고 언쟁을 하다 상해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느 모임에 가든지 정치, 선거이야기가 주제로 등장한다. 이보다 더 좋은 안주거리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런 현상을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이번 대선에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는 셈이다.

되짚어 보자면 “정치·종교 이야기는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처럼 무책임하고 무서운 말은 없다. 나라의 주인인 우리가 정치에 무관심하다면, 대의제 민주주의가 어떻게 제대로 작동될 수 있겠는가? 최근 국민들의 태도 변화가 반가운 것은 바로 이 까닭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더 큰 숙제가 남아있다. 어떻게 해야 이 정치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키고, 더 나아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축제의 장을 만드느냐는 것이다.

사실 정치에, 특히 선거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왜냐하면 유권자는 선거를 앞두고 올바른 선택을 하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정치비용을 지불하고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후보자의 공약을 읽고 해당 정보를 비교할 시간을 따로 할애해야 하며, 공휴일에 집 밖을 나서 투표소로 향하는 노력이 필수적으로 따라야한다. 여기에 유권자의 딜레마가 시작된다. 그래서 유권자는 ‘정치에 쏟을 시간과 노력을 본인의 여가 생활에 쏟을 것인가?’를 놓고 고민한 후 선택한다. 내 한 표가 선거결과에 캐스팅보트(Casting Vote, 결정권) 역할을 하지 않는 한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개인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을 미국의 정치학자 앤서니다운스는 ‘합리적 무지(Rational ignorance)’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의 저서 ‘경제이론으로 본 민주주의’가 지난 반세기 넘게 사회과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어 온 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그의 가설이 가진 타당성을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합리적으로 무지한 유권자’로 남아있을 수 없다. 유권자들의 선택이 경제학적으로 설명될 수는 있어도, 정치는 그것과는 조금 더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넓게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서부터 좁게는 국민들의 삶 깊숙한 곳까지 닿아있는 일인 만큼 우리는 우리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한다. 우리가 선출한 공직자만이 국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다. 유권자 역시 그 무게를 느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책임감은 대의제 민주주의가 정상적인 궤도에서 작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정치의 중요성을 깨닫고 관심을 가지는 마음은 투표소로 향하는 걸음만으로도 충분히 발현될 수 있다. ‘나 하나쯤이야 포기해도 되지’라고 말하는 무책임한 유권자는 이미 유권자 자격이 없다.

최근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선거판이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유권자의 올바른 후보자 선택에 혼란을 주는 불공정한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선거정보들이 자주 왜곡되고, 선거법을 위반하여 인터넷·SNS를 통한 가짜뉴스 등 비방·흑색선전행위가 대량 확산되고 있음은 심히 유감이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유권자는 지역주의 등 비합리적인 잣대로 후보자를 판단하기 보다는, 후보자의 실천 가능한 정책·공약 제시 등 합리적인 잣대로 꼼꼼히 따져보고 이 나라를 이끌어갈 적임자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고, 또한 우리가 책임져야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 대선이 아름다운 선거가 되려면 무엇보다 깨어있는 유권의식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이 향후 정치발전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혀주기를 기대한다.

정연주 아산시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