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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잊혀진 장애인들

구미경 대전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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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5.07 16:59
  • 기자명 By. 충청신문
 
[충청신문=구미경 대전시의회 의원] 바로 며칠 전 사전투표일에 있었던 일이다. 사전투표소가 엘리베이터도 없는 주민센터 2층에 설치되는 바람에 투표하러 온 장애인이 낭패를 당한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를 하기는 했으나 애초에 장애인이 접근하기 힘든 곳에 사전투표소를 설치한 것은 선관위가 명백히 장애인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말이다. 장애인도 엄연한 유권자다. 
 
전국 장애인 인구가 250만 명에 이르는 현재에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은 평소에도 많이 느끼고 있었지만, 장애인 인권에 대해 어느 때보다 민감해야 할 선거 시기에 솔선수범해야 할 국가기관마저 이래서야 한숨만 나온다.
 
얼마 전에는 장애인주차장도, 휠체어가 다닐 수 있을 만한 경사로도, 연회장이 2층인데 엘리베이터도 에스컬레이터도 휠체어리프트도 없는 예식장에 갔었다. 하객 중에라도 장애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건물이었다. 불쾌하다기보다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동사무소 등 2, 3층인 공공건물에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얼마나 많은 장애인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러한 좌절을 겪고 있을까. 내 딸이 말했다. 자신도 엄마와 함께 다니기 전까지는 장애인들이 이러한 불편을 겪는다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비장애인들이 각별히 인성이 부족해서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장애인들을 보지 못할 뿐이다. 단 한 번도 인식을 하거나 가볍게라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들을 지탄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가에서 장애인들을 길가에 내놓지 않는 데다가 아직까지도 사회 인식이 성장하지 못해 장애인이란 ‘모자란 사람’, ‘반푼이’라는 편견이 뿌리 박혀 있으니 어쩔 수가 없다. 
 
외국에 나가면 장애인들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길을 다니면서도 장애인을 잘 볼 수가 없다. 인구수에 비례해 우리나라가 장애인 인구가 현저히 적은가? 아니다. 장애인 이동권이 아직까지도 제대로 보장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다. 장애인들이 주변의 편견과 차별을 잘 알기에 외출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현재 각 당에서는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앞다투어 공약으로 내건다는 것은 그만큼 장애인들에게 절실한 문제라는 것이다. 부양의무제란 수급 대상자의 부모나 자녀에게 재산이 있거나 일할 능력이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제도이다. 이 때문에 송파 세모녀와 같이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수많은 장애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송파 세모녀사건 이후 법을 개정하여 기준을 완화시켰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의 장애인들은 단지 가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급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국가는 그 가족들에게 빈곤의 책임을 떠넘겨 가난을 대물림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 등급제란 말 그대로 장애인을 그 장애 정도에 따라 등급별로 나눈 것인데, 사람을 가축마냥 다룬다는 점에서 인권의 침해는 말할 것도 없고 장애인 당사자에게 필요한 복지가 아닌 등급에 따라 정해진 복지만을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바로 이 때문에 장애인들이 정치에 많이 뛰어들어야 한다.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고, 당당한 유권자로서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에게 필요한 정책을 목소리 높여 요구해야 한다. 
 
다음 정권에게 당부하건대, 아직은 장애인들이 불편하고 배고프고 문화 예술을 향유하기엔 갈 길이 멀다고 체감하고 있으니 더 분발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국가가 나서서 솔선수범하면 국민은 따라갈 것이다. 우리 장애인들도 평등하게 함께하는 사회. 그런 사회가 어서 도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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