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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에 ] 황사(黃砂, yellow dust, Asian d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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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5.14 17:1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요사이 수업시간에 형형색색의 마스크를 착용한 학생들을 심심찮게 접하게 되는데 그 이유가 처음에는 황사 때문에 착용하는 줄 알았다. 물론 그 이유도 있지만 허지만 사실 여학생들은 생얼을 커버하기 위해서도 마스크를 쓴다고 한다.

바람에 의하여 하늘 높이 불어 올라간 미세한 모래먼지가 대기 중에 퍼져서 하늘을 덮었다가 서서히 떨어지는 현상 혹은 떨어지는 모래흙을 우리는 황사라고 말한다. 중국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황사라고 하며, 강도에 따라서는 푸천(浮塵), 양사(揚沙), 샤천빠오(沙塵暴), 창샤천빠오(强沙塵暴)등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코사(こうさ, 黄砂, 黄沙)라고 부르며, 국제적으로는 아시아 먼지(Asian Dust)라고 표현하였으며, 삼국시대에는 흙가루가 비처럼 내린다는 의미에서 우토(雨土)나 토우(土雨) 등으로 불렀다. 이렇듯 황사라는 용어는 1954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하였는데 순 우리말로는 흙비, 북한에서는 바람에 날리어 떨어지는 ‘모래흙’이라고도 한다.

봄철의 불청객 황사는 서기 174년 신라 아달라왕 때부터 기상 현상으로 그 기록이 남아 있는데 중국 발원지에서는 20㎛보다 큰 입자로 관찰되나, 부유하여 상층까지 올라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관측된 황사의 크기는 1~10㎛ 정도이라고 한다.

몇 해 전부터 내가 세차를 하고 나면 그 다음날 비가 오던지 아니면 송화가루가 심해지던지, 그것도 아님 꼭 황사현상이 심해진다. 해서 차가 엉망이 되는데 이 무슨 해괴한 머피의 법칙인지….

최근들어 더욱 심각한 문제로 다뤄지는 황사는 중국의 공업화 속도와 관계가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황사는 상해, 천진 등 중국의 공업지대를 지나며 이곳에서는 실리콘(SiO2)이나, 카드뮴(Cd), 납(Pd), 알루미늄(Al), 구리(Cu) 등과 같은 미세 중금속 가루들이 잔뜩 포함해 날아오기 때문에 이들 황사는 단순한 ‘모래가루’가 아닌 생명을 위협하는 ‘죽음의 분진’이라고도 한다.

지난 5월에는 유독 연휴가 길었던 탓에 대학에서는 늘어난 보강으로 인하여 학생과 교수들 모두가 힘들었다. 그리고 계절의 여왕 5월에 치렀던 장미대선에서는 이때껏 경험하지 못하였던 진풍경들도 많았다. 먼저 유세에 열을 올리는 후보들을 둘러싼 청중들 중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고, 그다음은 대통령 후보들이 그들의 공약집에 미세먼지 대책을 넣었지만 급조한 티가 많이 났다.

대통령 후보들이 미세먼지를 얼마나 걱정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스크를 쓴 유권자를 보고 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세먼지가 정치적 이슈가 되고 선거 후 정책이 마련된다면, 이 또한 5월 대통령 선거의 덕택일 것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과연 이들 정치인들은 그날의 마스크를 쓰고 유세를 듣던 유권자를 기억할까? 바람이 있다면 제발 국민들의 표를 위한 즉흥적 공약이 아니라 이제는 지킬 수 있는 공약과 현실성 있는 공약으로 유권자들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공기가 인간문명의 영향으로 그 구성비가 변하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지구가 기후변화의 병에 걸렸고, 미세먼지의 증가로 인간이 죽어가고 있다. 이제 대통령은 공기를 걱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마스크를 쓰고 유세를 듣던 유권자를 잊지 않기를 바란다.

딸아이와 함께 동사무소로 아침 일찍 선거를 위해 발길을 재촉하였다. 헌데 이날 중국에서 유입된 옅은 황사의 영향으로 마스크를 쓴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속속 등장하였는데.

호피무늬 마스크부터 천 마스크, 일회용 마스크 등 형형색색 개성을 살린 것 같았다. 그리고 얼굴을 절반 이상 가리고 중무장을 한 채 들어오는 이들도 심심찮게 보였는데 참으로 2017년 대선은 요상한 분위기가 많이 연출되는 것 같다. 때 마침 내 등 뒤 한 중년 남성분이 “투표도 중요하지만 건강도 중요하지”라고 하는데 휙 돌아보니, 검정색 천 마스크에 흰색 ‘X’ 문자를 새긴 마스크를 만지작거리고 서 계셨다. 순간 내 머릿속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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