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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엄마가 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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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5.16 16:5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저는 딸이 셋입니다. 6살, 4살, 2살 사이좋게 두 살 터울입니다. 힘듭니다. 물론 집사람 만큼 힘들기야 하겠냐만 저도 힘듭니다.

아빠들 힘드시죠? 그리고 모든 엄마 아빠들이 고민하듯이 저도 항상 주말만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를 가야하나, 무엇을 경험 시켜줘야 하나 고민입니다.

금요일 진료할 때부터 고민하기 시작해서 결국 토요일 당일이 되거나 일요일이 되었을 때 급하게 인터넷 검색을 해서 놀러 가보곤 합니다. 그러다가 엊그제 일요일에는 금산에 ‘지구별 그림책 마을’ 이라는 곳을 가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가기에는 좀 이른 나이입니다. 하지만 동화책들이 많이 있다고 해서 바람도 쐴 겸 겸사겸사 나들이를 다녀왔지요.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 집사람이 동화책 한 권을 건내줍니다. “오빠 읽으라고요?” 시간도 많고 막내는 안겨있고, 움직일 수 없어서 고정된 상태로 대충 한 번 읽어봅니다.

“어? 근데 내용이 무언가 어른을 위한 내용인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읽어 봅니다. 내용을 잠시 들여다 볼까요?

“‘엄마가 화났다’는 아이와 엄마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갈등과 화해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다.좋아하는 자장면을 먹다 신이 난 주인공 산이. 식탁에서 장난을 치자, 엄마는 가만히 앉아서 얌전히 먹으라고 꾸짖는다. 깨끗이 씻으려다 거품이 신기해서 장난을 치자, 엄마는 버럭 소리를 지른다. 그림을 그리다가 종이가 작아서 벽에 그리자, 엄마는 불같이 화를 낸다. 아이의 잘못된 습관과 태도를 지적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더 험한 말과 화를 내는 엄마. 속상하고 가슴 아프지만, 아이는 엄마의 마음은 이해하지 못한 채 깊은 상처를 받는다”

대략 내용은 이렇습니다. 엄마가 불같이 화를 내고 아이는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엄마는 아이를 찾으러 다니게 되고 그러면서 아이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갑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이를 만나게 되지요. “엄마가 잘못했어” 하면서요.

출산 후에 4~5년 간은 정말 힘듭니다. 그래서 특히 엄마가 힘들 때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고 우발적인 일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는 그냥 들을 수밖에 없고 할 수 있는 건 우는 것 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샌가 아이는 다가와서 안아달라 합니다. 아이와 부둥켜 안고 엄마는 웁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엄마로서의 삶 말고 내 스스로의 삶의 기억 때문에 다시 한 번 좌절합니다.

나도 한 때는 꿈이 있는 하나의 인격체였고 항상 의욕과 체력이 넘치는 인간이었거든요. 이렇게 엄마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은 힘든 일들의 연속입니다.

맞습니다. 힘들어요. 옛날 어르신들,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은 우리를 어떻게 키우셨나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지금은 하나 둘 키우는 것도 힘든데 옛날 분들은 셋 넷, 많게는 다섯도 키우곤 하셨거든요.

그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육아가 힘든 걸까요? 경제적인 이유? 체력적인 이유? 아니면 아내나 남편이 서로 도와주지 않아서? 저는 그 이유를 과감하게 이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비교하는 마음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이가 능력있고 지혜롭고 착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쁨 받고 자라면 정말 좋겠지요. 하지만 모든 인간은 나름의 개성이 있습니다. 취향도 있고요. 조금 특이할 수도 있습니다. 아주 평범할 수도 있고요. 어쩌면 특이하다와 평범하다를 정의내리는 것 조차도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너무 획일적으로 키우고 있는 것 같진 않나요? 살짝 비뚤어 지는 것을 너무 두려워 하고 있지는 않나요? 아이들은 거의 무조건 적으로 부모를 닮아 갑니다. 아이들에게 행동 수정을 해주기 전에 내가 아이와 비슷하게 행동한 적은 없었는가 한 번 돌아보면 그만일 일입니다. 괜히 성 낼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이런 말씀드린다고 해서 제가 완벽하게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말씀은 절대 아닙니다. 저도 한 명의 인간일 뿐이고 아빠입니다. 저도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지요. 하지만 아이는 엄마 뱃속을 나오는 순간 남입니다. 손님이지요. 융숭히 대접해드리고 잠시 머물러 가시는 손님입니다. 집착하는 순간, 손님은 당황하십니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 적응을 잘 했으면 좋겠고, 친구들도 많았으면 좋겠고, 공부도 잘했으면 좋겠고 그렇죠? 저도 그래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우리들만의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아이들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게 해서는 안 되겠지요. 아이들이 실수할 때 조금 더 너그러워 지려면 그냥 참는 것이 아니라 나는 어떻게 했는가 한 번 돌아보는 한 번 쉬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어른들도 어른이 처음입니다. 아이들도 지금이 처음이에요. 이번주에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 한 권씩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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