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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상식? 아니다, 느낌이여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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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5.17 16:5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서경홍 충남대 인문역량강화(코어)사업단 선임연구원·철학박사

지난 주 수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세상은 하나도 변한 게 없이 어제와 같았다. 어제의 하늘과 대지, 어제의 햇빛과 바람이 여전했다. 굳이 다른 것은 찾아내라면 하루라는 시간이 여름 쪽으로 가깝게 다가서 있을 뿐이었다. 그 전날 대통령선거가 있었고, 지난 해 가을부터 비워있었던 대통령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게 되었다. 그것 말고 달라진 게 없었다.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세상이 바뀔 것이다란 생각을 하지 않았듯이 5월 10일 수요일의 아침은 그 여느 때와 다를 게 없었다. 습관처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씻고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고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일터로 향했다.

국·내외 기관과 기업으로 인턴학생을 보내는 일은 내가 일하는 충남대학교 인문역량강화(코어) 사업단의 중요한 업무이다. 작년 12월부터 여러 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었고 지난 겨울방학에는 시범적으로 국내 기관에 6명의 학생을 인턴사원으로 보냈다.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도 또 그 학생들을 받았던 기관들도 만족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이번 여름방학엔 9명의 학생이 6개월 동안 홍콩으로 떠난다. 홍콩한인상공회에 소속된 관광, 무역, 언론, 교육분야 기업의 인턴사원으로 선발되어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다. 짧지 않은 기간이고 해외이다 보니 출국 전 준비할 것이 만만치 않다.

이들의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처음 모임을 가졌을 때이다. 코어사업단은 학생들을 위하여 항공권, 여행자보험, 체재비를 지원해주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방값이었다. 알다시피 홍콩의 주거비용은 세계 2위이다. 코딱지 만한 방을 얻어 살려면 월 백 만원을 훌쩍 넘는다. 이들을 위한 예산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현명한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홍콩한인상공회의 제안은 2-3인이 원룸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이런 사정에 대부분 수긍하였다.

그런데 한 학생이 이렇게 물었다. “개인적인 특성상 한방에서 같이 생활할 수 없는 경우엔 어떻게 합니까?” 좋은 질문이었다. “그럴 경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내가 다시 되물었다. “상식에 따라 해결하면 되겠지요.”가 나의 대답이었고 그들도 이들 수긍했다. 무엇이 이 문제에 대한 상식이었는지 여기선 말하지 않겠다.

상식. common sense. 어쩌다 ‘공통의 느낌’이 우리에게는 상식常識이 되었을까. 적지 않은 책을 번역한 본 나로서는 common sense에 대한 우리말 번역어 ‘상식’이 당최 마음에 들지 않는다.

common sense는 토마스 페인이 1776년 발행했던 팸플릿, 요즘의 쉬운 말로 하면 전단지 제목이었다. 페인은 영국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독립된 민주주의 정부를 인권본위의 토대 위에 설립하는 것이 아메리카의 상식이라고 이 팜플렛을 통해 외쳤다. 페인은 토마스 레이즈의 “건강한 인간이성을 따르는 인간 내면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상식의 유지가 인권의 보장이라고 주장하였다.

지난 수요일 아침의 세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지만 그날 저녁 TV 속의 세상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새로운 대통령이 ‘전과 다르게’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식을 했고, 곧바로 야당 당사를 방문했으며, 청와대 비서실장을 직접 발표했다.

언론은 이 모든 것이 예전과는 너무 다르며 그래서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나에겐 전혀 그렇지 않았다. 모든 일이 당연한 것이었고, 이것을 놀라운 일로 여기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세상은 바뀌지 않았지만, 세상은 상식에 따라 돌아가게 되었다. 쫓겨났던 상식이 돌아온 것이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세상이 확 바뀌길 꿈꾸며 투표장으로 가지 않았을 것이다. 의붓자식처럼, 또는 천덕꾸러기처럼 집에서 쫓겨났던 상식이 돌아오길 바랄 뿐이었다.

세월호와 함께 희생되었던 두 명의 기간제 교사가 순직자로 예우를 받게 되었단 소식이 언론의 톱을 차지했다. 이것도 과히 놀랄 일이 아니다. 상식이 돌아와 상식에 따라 상식적인 판단을 한 것뿐이다. “저에게 감사할 일이 아닙니다.”란 새 대통령이 말이 우리의 놀람에 죽비처럼 내리친다.

소금을 먹으면 짠 것이고, 소태를 씹으면 쓴 법이다. 같은 느낌, 이것이 상식이다. 이것을 부정한다면, 그것은 상식에 대한 상식도 아니다. 우리는 상식 아닌 것이 지배한 시대를 살아 왔다.

Common sense, 상식이란 말이 어려워서 였을까? 그러면 앞으론 상식대신 ‘공통의’, 아니 ‘같은 느낌’이라고 바꿔보자. 그리고 이렇게 외치자. “Oh Come on Sense!” “아, 느낌이여 오라!”

서경홍 충남대 인문역량강화(코어)사업단 선임연구원·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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