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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협치(協治)·유연함과 단호함의 조화

이상호 천안 아산 경실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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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5.21 16:50
  • 기자명 By. 충청신문
 
[충청신문=이상호 천안 아산 경실련 공동대표] 대선 전 이 나라는 촛불과 태극기의 소용돌이에서 두동강 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이슈는 적폐 청산과 협치, 개혁과 일자리로 대변된다고 여겨진다. 물론 이것은 모든 대선주자들의 공통분모였지만, 유독 문재인 후보 말이 돋보였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적폐 청산과 협치는 ‘양날의 칼’이다. 적폐 청산을 위해서는 특정 진영의 예단을 피할 수 없다. 협치를 위해선 상대진영을 끌어안아야 한다. 상대를 어떻게 유연하게 끌어안으며 소통하는 협치를 하느냐와 적폐라 일컫는 잘못된 관행과 제도, 관계자들을 어떻게 예단하느냐에 따라 정치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협치를 위해서 문재인 정부는 태국의 사례에서 배워야 할 것이 있다. 1970년대 중반 태국은 민주주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위기상황에 놓여 있었다. 1975년 남부 베트남과 라오스, 캄보디아가 며칠 간격으로 공산주의자의 손에 넘어갔다. 이때 많은 서양 학자들은 ‘도미노 이론’을 내세우며 태국도 머지않아 공산주의자의 손에 넘어갈 것이라 예견했다. 태국의 군부와 정부 관계자들은 나라 밖의 공산주의 군대보다 나라 안의 공산주의 활동가들과 동조자들을 더 염려했다. 
 
당시 수많은 태국 대학생들은 공산게릴라들을 지원하기 위해 태국 북동부의 정글로 모여 들었고, 무기는 태국 국경 밖에서 공급되었다. 훈련도 강도 높게 이루어졌으며 수많은 지역 주민들이 그들에게 음식과 필수품을 제공하며 동조해 갔다. 그러나 태국 정부는 세 가지 전략으로 이를 잘 해결해 갔다. 그것은 유연함과 단호함의 조화였다. 
 
첫 번째 전략은 ‘자제’였다. 태국 정부는 공산주의자들의 활동 기지 위치를 알고 있음에도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리고 철저하게 주민 안전에만 노력했다. 따라서 공산주의 게릴라들과 무력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전략은 ‘용서’였다. 태국정부는 그 위험한 시기에도 적절할 때마다 수차례에 걸쳐 무조건적인 사면을 했다. 만약 공산주의 반란군 중 하나가 전향하기를 원하면, 그는 단순히 무기를 버리고 자신의 고향이나 대학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감시 정도는 있었지만 어떠한 처벌도 내리지 않았다. 정부군은 그들을 감시하고 지켜보기만 했을 뿐 처벌이나 무력 공격을 하지 않았다. 
 
세 번째 전략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이었다. 그것은 개혁과 복지의 확대였다. 태국정부는 국왕이 직접 나서 게릴라들이 활동하는 지역을 우선으로 개발했다. 도로를 건설, 관개수로의 개설과 정비, 소득 증대를 위해 배려했다. 가난한 농민들도 일 년에 이모작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산골마을까지 도로가 정비되었다. 전기가 들어갔으며 학교와 진료소가 세워졌다. 그들은 하나둘씩 태국 정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말했다. “우린 공산주의자들에게 총을 겨눌 이유가 없습니다. 그들도 우리 형제인 태국인들입니다.” 정부군의 인내심 있는 ‘자제’는 그들을 공격적이지 않도록 하였으며, 사면과 용서는 그들이 안전하고 명예롭게 사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개발과 혁신을 통한 문제 해결은 가난한 시골 사람들에게도 풍요와 복지를 가져다주었다. 사람들은 점차 자유민주주의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뿐 아니었다. 반란군 지도자들에 대해서도 전향자들은 모두 처벌하지 않았다. 오히려 태국 정부의 요직이 제공되었다. 그들의 지도력, 힘든 환경을 견디는 능력,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을 높이 산 것이었다. 
 
새 정부의 과제는 크다. 적폐 청산과 국론 통합, 반목으로 헝클어진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일, 안정과 성장의 조화, 재벌개혁과 중소기업의 성장, 일자리 창출과 국민복지의 실현, 지방의 균형 있는 발전, 특히 야당과의 소통과 협치를 구하는 일 등은 때로는 양날의 칼이다. 그 해결책은 말 그대로 유연함과 단호함이 조화를 이루는 인내심 있는 협치에 있다. 여기에는 태국정부가 보인 것처럼 ‘자제’하고 소통하며 ‘용서’하며 인정하고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사심 없는 개혁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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