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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논단] 의정부경전철 파산이 지방자치에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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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5.29 16:3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황인호 대전시의회의원

 3년전 ‘행복한 지방자치 만들기’라는 책을 쓰면서 필자는 뜻하지 않은 유혹에 시달렸다.

다름아닌, 전국 지자체와 지방의회에서 성공한 사례를 책에 담기로 한 초심에, 당시 갑자기 불어닥친 경전철 선풍으로 이에 앞장선 지자체들이 난리부르스를 치는 바람에, 이를 경각심 차원에서 한 꼭지라도 넣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욕심이 쓰나미처럼 밀려왔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결국 지자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의정부, 용인, 김해 식의 경전철 사업은 피해야 한다는 경고판 글을 책의 맨 뒤 꼭지에 넣어 개운치 않은 마무리를 한 적이 있었다.

엊그제 공금에 의한 해외연수는 가지 않아도 국내연수 만큼은 빠지지 말자는 평소의 소신대로, 필자가 완주의 지방행정연수원에서 전국 지방의원 78명과 함께 연수 도중 만난 사람들 중에 의정부시 의원들이 있었다.

식사를 하며 대수롭지 않게 의정부시 경전철은 잘 돌아가냐며 물었더니, 깜짝 놀라며 남의 동네 얘기를 어떻게 잘 아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바로 내일 26일이 법원에서 파산선고 가부를 판결하는 날이란다. 그래서 필자가 쓴 책을 한 권 건네주며, 당시 비슷하게 앞다투어 시행한 세 곳 지자체의 잘못된 사례를 간략히 비교 설명해준 바 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마침내 그 의원들과 필자가 우려했던 대로 의정부 경전철사업은 파산선고를 맞았다. 경기도와 의정부시의 지역언론은 물론, 중앙언론에서도 이를 대서특필로 다뤘다.

의정부시는 ‘고장철’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면서도 2012년 7월, 장암동에서 고산동에 이르는 11.1km 구간의 경전철을 강행개통하였고, 그로부터 4년 10개월만인 오늘 누적적자가 3676억원에 이르게 되었다.

서울회생법원은 운영사인 의정부경전철(주)의 자산규모(2200억원)에 비하여 부채(4795억원)가 월등히 많은데다가, 앞으로도 현재까지의 누적적자 규모를 만회할 해결책은 물론, 지속적인 영업손실이 발생할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로 공공부문에 뛰어든 민간투자사업에 법원이 파산을 선고하기는 지방자치사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총사업비가 6767억원이 든 의정부경전철은 민간자본과 국시비가 52:48의 분담률로 시작되었다. 민간에서는 최대주주인 GS건설을 비롯한 7개 업체가 참여한 의정부경전철(주)이 3852억원을 투자했고, 여기에 공적 자금으로 국비(846억원)·도비(46억원)·시비(1199억원)·기타 분담금(824억원)이 투입되었다.

당초 협약은 민간투자회사가 30년간 운영하여 초기투자금을 회수한 뒤, 의정부시에 운영권을 넘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개통한 지 5년도 못되어 두 손을 든 것이다.

의정부, 김해, 용인 등 지자체에서 앞다퉈 벌인 경전철사업을 보면 복마전이 아닐 수 없다. 우선 경전철사업을 희망하는 지자체나 주민들이 에머랄드빛 청사진에 들뜬 틈에 자칫 초기투자비용에 대하여 냉정히 따지지 못하는 수가 많다.

이 세 곳은 당초계획보다 나중에 2000여억원에서 5000여억원까지 널뛰듯이 증액되는데도 수수방관했다.

둘째, 정확한 수요예측과 엄밀한 타당성 조사가 필요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하루에 도시철도 이용률이 예측한 것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운행초기에 대구와 광주의 경우 12%, 대전은 22%, 김해는 18%였고, 의정부시는 15%에 불과했다. '돈먹는 하마'로 전락한 경전철의 가장 큰 맹점은 엉터리 수요예측조사로부터 시작된다. 주민들을 현혹하기 위하여 전문(?)연구용역기관들을 통하여 뻥튀기 용역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셋째, 경전철을 운영하면서 연간 퍼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금(MRG) 역시 들쑥날쑥했다. 민간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인하는 조건으로 도입된 MRG를 산정할 때 초기투자비용과 수요예측이용률, 관리운영기간 등을 면밀히 따져야 하는데, 대부분 그렇지 못했다.

넷째, 선출직인 지자체장의 선심성 공약과 공무원의 전문성 부재로 민간투자사에 끌려다니는 꼴이다. 다른 지자체와 비교하여 도시철도망 구축에 뒤지지 않아야 한다며 주민을 선동하고, 선거때마다 후보자들이 앞다퉈 공약을 하다보니, 잘못되어 가는줄 알면서도 강행하게 된다. 게다가 돈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민간투자사에 무슨 수로 지자체가 대응할수 있을까?

다섯째, 대규모 토목건설사업일수록 지자체는 의회와 학계, 언론을 통하여 시민들과 충분한 공감대를 가져야 한다. 선출직 지자체장은 당선시에 고작 50% 이내의 지지를 받았을 뿐이므로, 설령 경전철을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하더라도 주민들로부터 충분한 공감대를 얻은 뒤에 사업에 착수해야 한다.

꿈의 경전철이 재앙을 몰고온 '적자철'로 변했다. 혈세먹는 하마가 되기까지는 10년 내지 20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기에, 누구도 이런 파국에 이를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향후 이로 인한 재정파탄으로 주민들을 위한 어떠한 사업도 할 수 없음을 생각하면 현기증이 날 것이다.

그래서 용인시민들은 경전철에 관계한 당시의 시장, 시의원, 공무원, 용역기관 등을 상대로 지방자치사 초유의 주민소송을 낸 것이다.

황인호 대전시의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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