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 장윤수·신민하 기자 = 일반 '무정전 전원장치(UPS)'가 고효율 제품으로 둔갑된 채 국내 대학병원 두 곳에 납품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해당 대학병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해당 대학병원과 업체의 계약을 중개한 조달청도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UPS는 유사시 전기공급이 중단되거나 전압변동, 주파수 변동 등이 발생해도 전기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조달청 나라장터 계약현황을 참조하면 충북대학교병원은 2014년 7월께 조달청 우수제품이자 고효율 인증 획득 제품인 UPS 납품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내고 S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충북대병원이 S사로부터 실제로 받은 UPS는 고효율 인증 제품이 아닌 일반 UPS였다. S사가 납품한 UPS 제품의 시험 성적서에 따르면 고효율 에너지 기자재 보급 촉진에 관한 규정 인증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고효율 인증서를 받을 수 없는 제품이란 뜻이다.
S사는 경상대학교병원에도 이 같은 수법으로 일반 UPS를 납품했다. 경상대병원은 지난해 나라장터에서 고효율 에너지 기자재 인증제품인 S사 우수 조달물품을 주문했다.
두 병원은 고효율 UPS가 아닌 일반 UPS를 사용함으로써 앞으로 10년간 4000만~5400만원의 전기료를 더 낼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들 병원이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충북대병원은 제품 교체와 전기료 환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경상대병원은 "해당 구매 내용은 국가계약법에 따른 것"이라며 "국민권익위로부터 해당 내용에 대한 사전조사를 마쳤고 교육부로 이첩했으니 추후 결과가 나온 후 답변하겠다"는 입장이다.
S사는 지난해 28억원 상당의 고효율 인증 UPS 470여대를 판매했다. 현재도 나라장터에서 조달 우수제품으로 정부와 공공기관 등에 판매 중이다. S사가 지난해 납품한 일반제품과 우수제품 납품액은 모두 59억원에 달한다.
조달청의 검증 과정 또한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병원은 조달청의 나라장터를 통해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관련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계약 담당자는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상세한 규격이나 품질을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이러한 이유로 조달 우수제품을 믿고 구매하는 것"이라며 검증이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련 업체 관계자는 "공공조달시장 질서 관리를 위해 조달청 내 공정조달과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며 "가격이나 품질 등 공정성과 투명성을 철저히 감시하고 문제점 발견 시 입찰참가 제한, 쇼핑몰 거래정지 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