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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공공일자리 창출의 빛과 그늘

이상호 천안 아산 경실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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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6.18 17:32
  • 기자명 By. 충청신문
 
[충청신문=이상호 천안 아산 경실련 공동대표]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11조 2000억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해 달라고 했다. 이 재원은 경찰관, 집배원, 소방관 등 공무원 1만2000명, 사회 서비스분야 인력 2만4000명, 중소기업 고용지원 등의 일자리에 4조2000억 원이 배정되었고,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도록 배정된 금액 3조5000억 원이다. 
 
일자리를 늘리는 일은 매우 중요하며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그 일자리가 생산으로 이어지며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공일자리 창출에는 분명 빛과 그늘이 동시에 존재한다. 
 
송나라 신종(神宗) 때 증공판(曾鞏判) 삼반원(三班院)에서 황제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상소를 올렸다. 진종(眞宗) 경덕년(景德年) 때 경작지 107만결에 조정관원 1만 명, 인종(仁宗)황우(皇佑) 연간에 경작지 225만결에 관원 2만 명, 영종(英宗) 치평(治平) 연간에 경작지 430만결에 관원 2만4000명으로 해마다 경작지가 늘어나고 관원이 엄청나게 늘었다. 재정지출의 분류와 인원 채용의 경로 등을 전문 관리기관을 설치하여 상세히 검토하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당시 송나라는 넉넉하여 다행이었지만 뒷날 재정이 고갈되고 관료 지망생의 채용길이 막혀 우환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하였다. 그러나 당시 삼반원의 보고를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다. 상소는 ‘방만하게 불어난 관료는 나중에 거품을 빼기 어려우며 훗날 일자리 지망생이 갈 자리가 없어 우환이 될 수 있다’는 간곡한 호소였다. (홍매. 경세지략)
 
문재인 대통령이사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의 실행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지난날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던 교직사회를 떠 올린다. 
 
우선 ‘군미추’와 ‘미발추’ 사건이다. 이들은 1990년대 국립사대를 졸업하고 임용을 기다리다가 ‘국립사대졸업자 우선 임용 위헌’ 결정으로 임용되지 못한 자들이다. 2005년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와 국회의 특별법 제정으로 2006년부터 2년간 1200여명이 특별정원으로 선발되는 과정을 거쳤고, 일부는 교대 편입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 후의 파장은 10여년 이상 교원 임용고시의 문을 좁혔으며, 교직 사회 연령 분포의 불균형을 초래하게 했다. 다음으로 교원 정년단축 파장이다. 김대중 정부는 1997년 12월 김영삼 정부에서 터진 외환위기 극복과 침체한 교직 사회 활성화를 이유로 교원 정년단축을 밀어붙였다. 당시 정부는 정년단축은 교직사회의 승진 적체를 해소하고 고령 교사 1명을 퇴출하면 젊은 교사 2.5명을 채용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결국 유·초·중등교원의 정년은 65세에서 62세로 단축됐고 수많은 사람들이 교단을 강제로 떠났다. 이로 인해 많은 승진 지망자들이 대거 승진되었다. 그러나 새로 승진된 사람들이 오랫동안 자리를 유지하는 바람에 뒷날 승진의 길은 더욱 막히게 되었다. 신규 교사 임용은 약속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는 이미 민간 부문에 있는 것이란 견해도 많다. 또 공공 일자리를 창출하였을 때 그동안 사회복지부문에서 일하는 민간복지기관(종사자)등의 거처 문제이다. 물론 이들을 선진국처럼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좋겠지만, 자칫하면 이들과의 일자리와의 갈등도 예고된다. 
 
나는 교육공무원 임용시험이나, ‘군미추’ 특별법, 교원임기 단축 등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아픔 없는 개혁이 없다는 것도 안다. 다만 지속가능한 일자리의 창출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율곡 이이 선생이 ‘논 조광조(論 趙光祖)’에서 조광조의 개혁 정치의 실패 원인을 성급함에서 찾았다. 율곡 이이는 성급한 개혁은 뒷날 우환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신중할 것을 권고했다. 공공 일자리 창출이 그늘 없는 빛으로만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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