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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상식] 한센병 환자에 대한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

법률사무소 다올 이한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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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6.25 18:5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법률사무소 다올 이한나 변호사
[충청신문=법률사무소 다올 이한나 변호사] 한센병을 앓은 적이 있는 원고들이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국가배상청구를 했다. 원고들은 1947년경부터 1986년경까지 국가가 운영해온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소속 의사, 간호사, 의료보조원에게 강제로 정관절제수술, 임신중절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한센인피해사건의 위자료를 정관절제수술 피해자는 3000만원으로, 임신중절수술 피해자는 4000만원으로 정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다230535 판결). 아래에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한다.
 
한센병은 1941년 특효약 답손(DDS)이 발명된 이후 완치가 가능한 질병으로 분류되었고, 1950년대부터는 각종 국제회의에서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강제격리정책을 철폐할 것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1957년에 시행된 구 전염병예방법은 한센병을 비교적 전염력이 낮은 제3종 전염병으로 분류하면서도 다른 제3종 전염병과는 달리 한센병 환자만 격리수용하도록 했다. 1963년 제3종 전염병 환자 중 주무부령으로 정하는 자는 격리수용되어 치료받아야 한다고 개정되었으나, 한센병 환자는 대부분 강제로 격리수용 되었다.
 
그런데 국가가 한센병 환자의 치료 및 격리수용을 위해 운영해온 병원들에서는 남녀를 구분해서 수용하였다. 부부가 같이 살려면 정관절제수술을 받아야 했다. 또 임신과 출산을 엄격하게 금지했고 출산을 하려면 병원을 떠나야했다. 결국 장기간 수용생활로 자립능력이 부족한 데다가 심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감당해내기 어려웠던 한센병 환자들은 임신중절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책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시행되어 1990년대까지 유지되었다. 
 
2007년이 되어서야 격리수용 과정에서 발생한 감금, 폭행, 단종(斷種) 등 인권 유린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에 대한 생활 및 의료지원을 한다는 목적으로 ‘한센인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그리고 이 법률에 따라 2010년경부터 2년간 피해자 결정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법률에 보상금지급규정이 없었다. 한센병 환자들은 입법을 통해 피해보상을 기대했으나 국가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부득이 개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게 되었다.
 
대법원은 국가가 한센병 환자에게 정관절제수술, 임신중절수술을 시행한 것은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수술은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행위인데, 이러한 정책이 정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정받으려면 법률에 명시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아야 하며, 침해행위의 상대방으로부터 사전에 충분히 설명을 하고 동의(prior informed consent)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3가지 조건이 모두 무시됐다. 수술이 행해진 시점에서 의학적으로 밝혀진 한센병의 유전위험성, 전염위험성, 치료가능성을 고려해 볼 때 한센병 환자들이 이러한 수술을 받아야만 하는 건 아니었다. 결국 한센병 환자는 ‘자손을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어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물론이거니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인격권, 자기결정권,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사생활의 자유 등’ 인권 및 헌법상 권리를 침해당했다. 법원이 정한 3-4000만원의 위자료로 위로가 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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