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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해명 변명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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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7.05 16:2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하헌선 대전동산초등학교 교장

“담배 끊을게”, “앞으론 절대로 술을 입에 대지도 않을게”, “언제 내가 밥 한번 살게”, “연락한다면서 그게 잘 안 되네. 앞으론 자주 연락할게.”

이런 약속은 실제로는 술이나 담배를 끊지 못하고 밥을 살 자리도 마련하지 못할 뿐더러 연락도 자주 하지 못한 약속을 지키지 못할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실현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 뿐더러 꼭 하고 싶은 의지를 가지고 있기에 거짓말 같지 않은 긍정적인 거짓말로 너와 나 할 것 없이 자주하는 해명 가능한 거짓말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기에 동전의 양면과 같은 긍정적인 면과 거짓말의 부정적인 부분마저도 너무 관대하게 포용해 주는지도 모른다.

거짓말 심리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 평균 200번 정도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또 10분간의 대화에서 약 3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정확한 수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하나같이 일치하는 사실은 우리 모두는 날마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그리고 많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거짓말에도 종류가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의의 거짓말이나 거짓말로 인해 오히려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긍정적인 거짓말이 있다. 어머니가 자녀에게 “하나도 쓰지 않다”라며 약을 먹이는 경우나 중국집에 자장면을 주문한 후 늦어져 재촉하면 “방금 출발했다”는 정도가 대표적인 선의의 거짓말에 속한다. 수술한 환자에게 “수술이 잘 되었으니 회복이 쉽게 될 것이니 걱정하지 마라”는 의사의 시원한 격려 말씀은 설령 거짓말일지라도 환자에게 안심과 희망을 주는 기분 좋은 말이다. 일상에 난무하는 선의의 거짓말들은 설령 거짓말이지만 불안함을 불식시키거나 삶에 희망을 주는 생산적인 거짓말이기에 ‘거짓말 처방’이라든지 ‘위약 효과’라는 말도 생겨났다.

거짓말은 곤란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해명을 한다며 변명으로 횡설수설하다보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남을 속여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거짓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때로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곤궁한 처지를 피하고자 하는 ‘선의의 거짓말’도 있고 터무니없는 ‘새빨간 거짓말’도 있다. 또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해 있지도 않은 일을 조작해 말하는 습관적 거짓말도 흔히 볼 수 있다. 문제는 남에게 피해를 주기 위한 거짓말이거나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한 거짓말은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크다는 것이다. 해명이나 변명 어느 것이든 거짓말은 남을 속이는 것이기에 다른 말로 하면 사기(詐欺)가 분명하며 언젠가 진실로 포장된 가면이 벗겨지면 추한 거짓의 진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가끔 대중매체를 통해서 접할 수 있는 장면으로 정치인이나 고위관리 등 사회지도층 인사가 흔히 하는 식언(食言), 거짓말을 하고는 해명을 한다며 터무니없는 변명을 일삼다가 감당하지 못해 화를 입는 부정적인 거짓말이 이에 속한다. 거짓말을 할 때는 그럴 듯하게 느껴지지만 금방 토설(吐說)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설화(舌禍)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요즘 고위직 기관장이나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청문회 자리만 모면하면 되겠지 하는 짧은 생각에 해명이라는 명분으로 금방 탄로 날 거짓말로 변명에 변명의 꼬리를 물다가 결국 망신을 당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뻔뻔스럽게 식언과 뒤죽박죽 거짓말을 밥 먹듯 해 대는 탐욕스런 사람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고위직 자리를 꿰차고 국정을 운영한다는 자체가 국민은 물론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일 것이다. 살다보면 거짓말이 약이 될 때도 있지만 고위 공직자 인사 청문회장에서의 거짓말은 독이 되기 십상이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짓말이 옳지 못하다는 가치관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다. 정직한 사회가 바람직하고, 살기 좋은, 비전이 있는 사회라고 믿고 비록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정직함을 우선하고 선택하며 살아간다. 정직의 가치관이 확고한 사람들이 존경받고 인정받는 사회가 희망이 있고, 그런 사회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올바른 꿈과 비전을 키워갈 수 있다. 정직한 사람이 거짓된 자들에게 짓눌리고 무시당하고 쫓겨나는 비정상적인 사회에는 더 이상 꿈과 비전을 찾을 수 없다.

‘하루 동안 행복해지고 싶거든 이발을 하고, 일주일 동안 행복해지고 싶거든 결혼을, 한 달 동안 행복해 지고 싶거든 말을 사고, 한 해를 행복해지고 싶거든 새 집을 지어라. 그러나 평생을 행복하게 지내려면 정직하라’는 영국 속담이 있다. 세상이 아무리 어수선하고 혼탁해도 여전히 거짓은 비정상이고 정직함이 정상이다. 그러기에 우리 모두는 거짓이 아닌 정직함을 선택하고 추구해야 한다.

하헌선 대전동산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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