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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분석과 공감 그리고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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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7.11 16:5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모든 분야의 학문이 그렇겠지만 특히 신경정신과의 발전 과정을 보면 발전 과정에 있어서 정말 많은 분들이 고생하고 희생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번뜩 듭니다.

중세에는 정신병이 있는 사람은 마녀라 몰아서 화형을 시키기도 했고 이후에는 영화 ‘셔터 아일랜드’(2010)에 나오는 것처럼 해부학적 접근법에 의한 수술을 하기도 했습니다.

근대에는 약리학적 접근이 주를 이루었고 현대에는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행동 수정 및 교정 그리고 분석과 치료 위주의 방법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분석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여러 방법들이 있는데요 여러 설문 검사를 통해서 성격의 패턴, 행동의 패턴들을 정형화 하고 그것에 맞게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분석 방법이 획기적이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정형화할 수 없는 주관적인 부분들을 어느 정도 수치화할 수 있었고 그것을 통계적으로 정리해서 일정 부분 치료의 프로토콜을 만들어 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제가 진료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집사람이 저에게 자주 하던 얘기가 이런 것이었습니다. “오빠는 왜 저를 환자 다루듯이 하세요?”, “오빠! 저를 분석하려고 하지 마세요”, “오빠 우리 얘기 좀 해요”

그 때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분석을 해야 원인을 알 수 있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었으니 당연히 분석이 먼저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집사람이 저런 말을 할 때는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 나기도 했었습니다.

부끄럽죠. 집사람은 얘기 좀 들어주세요. 저 좀 봐주세요. 맞장구 좀 쳐주세요. 이런 의미였거든요. 아주 단순한 말인데 그걸 이해를 못했었습니다.

부부 관계에서의 공감과 이해는 특히나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부인이 어려운 얘기나 불만 등을 말할 때 항상 대안이나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여성은 그 부분에 대해서 대부분 싫어하죠. 그저 말만 들어주고 고개 끄덕여주고 맞장구 쳐주면 좋아할 것을 괜히 입을 열었다가 일이 커집니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나 부모는 자식에게 자신의 자아를 투영합니다. 자식이 잘 되면 내가 잘 된 것처럼 기뻐합니다.

사실 아무 의미 없는데 말이죠. 아이가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닌데 기쁩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려 합니다.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아이를 위해 헌신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아이는 그렇지 않아요.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합니다. 우리 아이는 왜 이러지? 우리 엄마는 왜 이러지? 고민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우리 아이는 왜 공부를 못하지? 우리 엄마는 왜 해달라는 걸 안 해주지? 그렇죠! 분석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모든 문제의 시작입니다.

공감과 이해가 힘들어 지는 이유가 무엇일가요? 남편이나 부모, 자식은 그저 상대의 말을 들어주기만 하고 고개만 끄덕여주면 끝나는 것일까요?

여성은 단순히 여성의 특성상 그저 할말만 해주고 남성이 이해해주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요?

바로 ‘솔직한 마음’입니다. 불가에는 ‘솔직한 마음이 도를 닦는 장이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솔직한 마음을 얘기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 스스로 솔직한 마음이 뭔지 모를 때가 상당히 많습니다. 어쩌면 항상 모를지도 모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요리 연구가 한 분이 계셨습니다. 이분 남편과 따님은 항상 맛집을 검색해서 외식하는 것을 아주 좋아라 했습니다.

그런데 요리 연구가면 맛있는 음식들도 많이 드셔봤을 거고, 왠만한 퀄리티가 아니라면 크게 만족하지 못할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굳이 꼭 엄마를 데리고 가는 거에요.

그리고 평가를 원합니다. 하지만 거의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없겠죠? 그래도 힘들게 검색해서 데리고 갔는데 좋은 말을 듣기 원하는 바는 당연합니다. 그러다가 다툽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또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해라. “여보, 솔직히 음식이 맛은 없는데 그래도 당신이랑 같이 식사해서 기분이 좋아!”자, 이말이 솔직한 반응이죠. 우리가 식구들하고 같이 밥 먹는 이유가 뭐죠? 가족이니까요. 사랑하는 사이거든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밥을 먹고 싶은 것은 본능이죠. 본능에 충실한 행동입니다. 사랑해서, 사랑해서 밥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그것이 나의 노력에 대한 인정 받고 싶음이나 자랑, 뿌듯함 등과 치환되었기 때문에 다툼이 발생하게 됩니다.

솔직한 마음을 알아내는 것도 도를 닦는 장이 되는 것이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 또한 도를 닦는 길이 됩니다.

솔직한 내 마음을 알아야 그 마음 드러낼 수 있고 그런 과정이 있어야 우리는 분석이 아닌 공감과 이해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모든 병은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죠. 어쩌면 모든 병은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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