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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우정과 결별의 사이

이상호 천안 아산 경실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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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7.16 18:5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충청신문=이상호 천안 아산 경실련 공동대표] ‘친한 사이일수록 신의를 지키며 서로의 자존심을 상하게 않게 해야 한다. 친할수록 한 번 쌓인 오해는 오래가고 넘기 힘든 장벽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은 상식이지만, 친할수록 함부로 대하여 오래 돈독했던 우정에 금이 가고 서로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가 폴 세잔은 후기인상파 중 가장 뛰어난 인물로 손꼽히며, 그런 세잔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사과였다. 세잔이 사과를 소재로 그림을 자주 그린 데는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20세기의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연주의 소설가, ‘19세기 문학의 거장’이라는 칭호를 받는 에밀 졸라와의 우정이 있었다. 
 
두 사람의 우정의 시작은 1852년 남부 프랑스의 엑상프로방스의 작은 시골중학교인 부르봉중학교 때부터 시작된다.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냈던 졸라는 소외되고 몸이 약한 지독한 근시였다. 친구들은 상습적으로 졸라를 괴롭혔다. 어느 날 괴롭힘을 당하는 졸라를 본 세잔이 그들을 혼내주었다. 
 
세잔이 괴롭히는 친구들을 혼 내준 다음날 졸라는 감사의 표시로 세잔에게 사과를 선물했다. 그들의 우정은 30년이 넘도록 돈독했다. 
 
1858년 졸라가 작가의 꿈을 안고 파리로 떠났고, 세잔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법과에 입학했으나 그림에 뜻을 접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세잔에게 졸라는 화가의 길을 가라고 간곡하게 권하는 편지를 보냈다. 졸라의 우정 어린 충고와 격려로 세잔은 파리 행을 결심하고 파리에서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파리에서 그들은 수시로 만나 우정을 나누고 예술을 논하며 격려했다. 만나지 못할 때는 일주일이 멀다하고 편지를 주고받았다.
 
소설로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졸라는 세잔이 화가로서 어려울 때마다 격려의 편지와 함께 돈도 보냈다. 그런데 그토록 진했던 우정에 금이 갔다.
 
1886년 졸라가 발표한 ‘작품’을 받아 본 세잔은 ‘작품’의 주인공인 실패한 천재 ‘클로드 랑티에’를 자신을 모델로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세잔은 한 통의 편지를 졸라에게 보내면서 결별을 선언했다. 졸라가 오해라고 했지만 회복되지 않았다. 1902년 졸라가 벽난로에서 새어 나온 가스에 중독되어 사망했다고 전하는 하인에게조차 “날 그냥 내버려 둬.”라고 소리를 쳤다고 한다. 그들이 결별하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에게도 30년 이상 남이 부러워할 정도의 절친한 친구가 있다. 그중에서도 A와 B는 밀애를 나누는 것처럼 친하고 모든 것을 상의했다. 그런데 어느 여행길에서 우연한 일로 둘 사이에 언쟁이 오갔다. 그 후 둘은 화해하지 못했다. 내가 중간에서 화해를 시키려고 몇 차례 시도했으나 헛수고였다. 서로 완강하게 자존심을 내세웠고 한쪽에선 진심어린 사과를 원했고, 다른 한쪽에선 오해의 벽을 쌓고 있었다. 그 깊은 우정을 금가게 한 것은 무엇일까? 
 
폴 세잔과 에밀 졸라의 그 깊었던 우정에 금이 가고 결별을 선언하여 죽는 날까지 회복을 가로막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아마 자존심을 상하게 하였고, 이해의 지평을 열지 못하게 하는 마음의 벽이 존재했기 때문 아닐까? 그것 때문에 한쪽이 먼저 진한 사과를 하지 못하고, 사과를 해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아닐까? 
 
다시 돌이킨다. 우정을 지속하기 위해선 둘 사이에 자존심을 상하게 하여선 안 된다. 친할수록 신의를 지키며 서로를 격려해 주어야 한다. 장마철 폭우로 피해가 심하다지만, 지난 초여름까지 이어온 재앙 같은 가뭄을 생각하면 단비가 아닐까? 외로울 때 벗이 되어준 친구, 밀애를 나눌 만큼 절친했던 우정이 한순간의 오해로 결별하여 고뇌를 겪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정과 자존심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을 단비처럼 허물 수 있기를 바란다.
 
“우정은 부부사이에 있어서의 애정과 흡사하다. 피차의 결점에 대한 비판보다는 이해에, 이해보다는 내용에, 내용보다는 사랑에 입각해 있을 때 건전하고 그 사랑은 맹목이라는 바탕에서도 존립한다.(박두진/우정)”는 박두진 선생의 말을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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