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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세상은 정(情)이 있어야 살맛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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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7.19 15:4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홍석원 충청지방우정청 청주우편집중국장. 수필가

 세상은 정이 있는 사회일수록 아름답고 살맛이 난다.

흔히들 누구는 정이 많고 또는 없고 누구는 정에 약하다는 둥 정에 대한 평가를 하곤 하는데 현세는 모름지기 정이 그리운 세상이다. 어느 노래 가사에 ‘정이란 주는 걸까 받는 걸까’라고 묻고 있는데 정(情)의 사전적 의미는 사귐이 깊어감에 따라 더해가는 친근한 마음으로 되어있다.

정은 삶의 근본으로서 가치관 형성의 중요 덕목이자 인간 됨됨이라 하리 만치 사람의 내면평가 기준이다. 인생 삶의 최종목표인 행복도 가까운 주위 사람들과 인간관계의 근본인 정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공직생활 40여 년 동안 생활하면서 주기적으로 충·남북 이곳저곳을 두루 옮겨 다니며 직원들과 주민들을 많이 만나고 헤어졌다. 대부분 근무 지역이 객지이기 때문에 처음에 가면은 얼마 동안은 사람 사귀기에 여념이 없고 고충 또한 많았다.

통상 근무지 지역 주민은 물론 직원들이 저 사람은 곧 있다 갈사람 취급을 하여 외롭고 힘이 들었다. 지방향토 특색에 따라 쉽게 적응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어느 지역은 떠나 올 때까지 거리감이 있고 어색한 지방도 보았다.

필자는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던 모든 만남은 소중한 인연이라 생각하고 만남을 중요시하고 오래도록 간직하며 생활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떠나온 지 20여년이 지난 단양 어상천을 지인들과 함께 다녀왔다. 옛날 추억을 더듬어 생각나는 주민들을 찾아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옛 이야기를 하고 왔는데 참으로 보람되고 행복했다. 어상천에도 처음 부임 시에는 서먹서먹하였고 어딘가 모르게 거리감이 있었다. 그렇지만 차차 지내면서 서로 문을 열면서 정을 나누었고 떠나올 때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린 인심 좋은 고장이다.

그동안 지나온 직장에 보면은 같이 근무할 때는 여건상 가깝게 지내지 않았지만 이임 후 오히려 더 각별하게 지내는 사람도 있고 그와 정반대인 사람도 개중에 있다.

모든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관계를 이어가기 때문에 지나온 지역마다 생각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들과 가끔씩 안부 전하며 생활하고 있는데 여기서 삶의 의미와 소소한 행복을 느끼곤 한다. 그렇지만 개중에는 앞서 말한 대로 같이 있을 때는 가깝게 지내다 헤어진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루아침에 등을 돌리는 사람도 보았다. 그럴 때에는 심한 배신감에 상처도 받지만 부덕의 소치고 삶의 배움이 부족한 탓으로 돌리며 열심히 인생 공부하며 살아가고 있다.

얼마 전 동료직원 정년 퇴임식이 있었다. 그 직원은 이곳에서만 계속 근무하였기에 참석인원이 식장을 가득 메울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그렇지 않아 매우 당황하였다. 이를 보며 사회직장 문화가 바뀌고 옛날보다 정이 메말라 가기 때문이란 생각을 하며 개선 대책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근래 학교 졸업식에도 가보면 옛날처럼 급우들끼리 또는 사제지간에 서로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부둥켜안고 우는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요즘은 동문 체육대회나 각종 모임도 예전처럼 참석인원이 많지 않고 매년 갈수록 줄어들고 있음을 자주 본다. 이는 현대인들의 바쁜 일상생활의 탓도 있겠지만 점점 우리 고유 미풍양속인 정문화가 사라지고 각박한 사회가 되어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곳에서 보통 2년 정도 근무하고 자리를 옮기게 되는데 부임지마다 퇴직자들 모임을 주선하여 조성해주고 직원들에게 이다음 퇴직자 모임에 자주 나오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생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학교동창들끼리도 모임에 안 나오는 친구는 졸업 후 평생 한 번도 못 만나고 서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인연도 종종 본다.

만남과 헤어짐을 중요시하기에 직장 이임시에는 지역 주민들에게 가급적 석별 인사를 일일이 다하며 아쉬움을 지면에 글로써 남기고 온다.

평소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다 보니 오가면서 사람들을 자주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분들하고도 인연을 가능한 오래도록 이어가고 있다. 우리집 보금자리를 지켜주는 아파트 경비 분들하고 아침·저녁 드나들 때 반갑게 주고받는 인사는 서로에게 힘이 되고 격려가 된다.

그러한 일상의 만남 속에 하루하루 삶의 재미가 있고 소소한 행복이 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자기 마음속에 있다고 하듯이 일상생활 속에 가까운 사람들과 사소한 정을 나눔에 있다고 본다.

아무리 물질문명이 발달되고 경제적 풍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 사이의 따뜻한 정이 없으면 행복한 사회가 아니다.

작은 것이라도 같이 나누고 슬픔과 기쁨을 서로 함께 할 때 내가 행복하고 바람직한 사회가 된다.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약자를 배려하고 복지를 늘리려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의 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필요하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누가 뭐래도 정이 있는 세상이 살맛 나고 행복하다.

홍석원 충청지방우정청 청주우편집중국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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