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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거시적 사랑의 실천

구미경 대전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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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7.30 18:3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지난 6월, 온라인은 대전 남중생 성추행 가해사건이 도마 위에 오르며 한번 더 여성혐오 논란으로 뜨거워졌었다. 다음 시기에는 남자 초등학생이 여교사에게 성희롱을 일삼았는데도 불구하고 교사에게만 책임을 덮어씌워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사건들을 일각에서는 교권침해 현상이 심각하다고 보고 있는데, 교권침해의 관점에서만 보기엔 피해 교사의 성별이 일관적으로 여성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그 학생들이 과연 ‘선생님’의 교권을 우습게 여기고 그러한 행동을 했을까? 그렇다면 어째서 남학생들은 남교사의 수업시간에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일까.
 
지난번에는 길을 가다가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앰창!”이라고 친구에게 외치는 모습을 보았다. 어투로 보아 분명 욕설이었다. 어차피 별 뜻 없는 신조어라고 생각했던 것이 나중에 들어 ‘애미 창년’ 이라는 뜻이라는 것을 알고 기절초풍을 한 적도 있었다.
 
요즘 나이가 어린 아이들마저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에 물들어 있는 것을 보면 앞이 캄캄해진다. 이것이 과연 ‘일부’ 학생들의 삐뚤어짐으로 치부될 수 있을까? 
 
어린 아이들의 가해는 비단 성적인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중, 고등학교에서도 꾸준히 논란이 되어왔던 학교폭력이 이제는 초등학교에서도 자행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주로 소위 ‘힘 있는’ 부모 슬하의 아이들이 가해자가 되었을 때 학교 측에서 쉬쉬하며 덮으려는 경향마저 보인다. 
 
가해 학생 측의 변명은 항상 비슷비슷하다. ‘그냥 장난이었다’ ‘어린아이라 아직 뭘 모른다’ 혹은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등등. 그들의 변명에서 피해자의 고통을 헤아려 피해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보상하고, 앞으로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와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는 이렇게 하찮은 사건이 논란이 되어 ‘아직 어린 내 자녀가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논리를 펼치는 부모도 있다.
 
자녀에 대한 사랑으로 눈이 멀어버리는 것도 정도껏이다. 자기 자녀가 그런 일을 당했어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미성년자의 여성혐오든 학교폭력이든 예방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자녀를 올바른 방향으로 양육함에 있어 부모와 국가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딱히 의무적인 부모교육이 없다. 모두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뚜렷한 가이드라인은 없고, 좋은 부모에 대한 책이나 강연이 많이 있지만 시간을 내어 공부하기에는 생활이 너무나 바쁘다. 국가에서는 저출산이 문제라며 예비 부모들에게 의무감만 줄 뿐 아이를 낳기 전에 영유아를 돌보는 방법에 대해 의무적인 교육도 없고 가정에서의 부모 역할, 올바른 양육법에 대한 세세한 부모교육도 국가적 차원에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필자는 시의원으로서 작년에 학부모교육 활성화 조례안을 발의했고, 올해 개정했다. 아동학대에 대응하기 위해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회적 책임감 향상을 이끌어내자는 취지이지만 거시적으로 보자면 장기적이고 올바른 교육으로 학교폭력의 근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등은 가정에서 사회로 확대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자체나 지방의회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너무 강박적이고 결벽하게 교육을 시키면 아이는 자비와 용서를 모르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아이의 모든 행동에 대해 용서하고 용인하기만 하면 아이는 올바른 행동과 올바르지 않은 행동 사이에서 기준점을 잃고 헤맨다. 어릴 때부터 논리적이고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키우기 위해 다양하고 양질의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며, 도덕의 기준점인 역지사지와 측은지심을 부모가 항상 기억하고 자녀들에게도 주지시켜야 한다. 아이들에게 베풀고 교육하는 사랑은 항상 거시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부모는 잊지 말자. 모든 아이들이 내 자녀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그곳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구미경 대전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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