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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백색소음이라고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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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8.01 17:06
  • 기자명 By. 충청신문
 
요즘 어디 가서 비 오는 날이 좋다고 하면 뺨 맞을 소리 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비 오는 날이 아니면 편안하게 잠에서 깰 수가 없다. 지난주 토요일은 지인 집으로 피신을 가기까지 했다. 그 이유인 즉 아파트 앞에서 하는 공사 포크레인 소리와 뒤쪽 원룸현장에서 나는 작업소음 때문이다. 
 
아침 6시가 되면 어김없이 앞에서는 포크레인 소리, 뒤쪽에서는 철근 옮기는 소리 못 박는 소리로 아침을 시작한다. 딸아이는 아침마다 부스스한 얼굴로 방을 나오면서 “엄마 우리 아파트 사람들은 마음이 참 좋은가 봐 아침부터 저렇게 시끄럽게 하는데 항의도 안 하나 봐요?” 한다. 나도 그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종종 위층 소음 때문에 살인사건이나 고소사건 등을 매스컴을 통해 접하기도 해서 결코 사람들이 소음에 관대하지 않다는 것은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 누구 하나 항의 하는 사람 없이 견디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지난번 토요일에는 아파트 건너편에서 굴삭기로 시멘트 포장을 해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더위에 창문을 꼭꼭 닫아도 텔레비전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내려다보니 작업분량이 하루는 족히 될 듯 하여 참지 못하고 지인 집으로 피신을 갔다. 출발하기 전에 아파트 앞 미장원에 들렀다. 연세 드신 할머니 손님 두 분이 머리를 손질하고 있었다. 어디 가느냐고 묻는 원장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손님 중 한 분이 내가 너무 예민하다는 듯 쳐다보더니 첫 마디가 “그럼 저분들은 언제 공사를 해요?”였다. 그래서 공사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토요일 일요일은 주 중보다 많은 사람이 집에 있으니 좀 삼가면 좋지 않겠냐고 했다. 내 말 뒤 끝에 옆에서 듣고 있던 또 다른 손님이 비 오기 전에 공사를 하려고 하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두 분은 우리 아파트에 살지 않는 분이다. 그러니 직접 소음을 듣지 못했으니 그러나 싶으면서도 야속한 마음이었다. 그 순간 얼마 전 친구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친구와 커피를 마시다가 층간소음으로 살인 사건 소식을 접했다. 그 화제로 대화를 나누다가 감정이 상했던 기억이 난다. 친구는 위층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이사까지 고민하고 있었던 상황인데 내가 좀 참지 그러느냐 하면서 은연중에 친구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뉘앙스로 말을 했나 보다. 그 친구는 당해보지 않으면 말을 하지 말라고 큰소리를 냈다. 그 일로 한참을 서먹하게 보냈고 지금도 원상복귀는 못 한 관계인데 역지사지라 할까? 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친구에게 미안해졌다.
 
공동체에서 공사가 좀 늦어지더라고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새벽부터 공사하는 것은 지양하고 주말 또한 쉬었다가 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이런 문화는 정녕 형성되기 어려운 것일까? 또한 아파트 어디에도 공사 중 소음으로 미안하다는 사과문 하나 붙어 있지 않다. 건설현장으로 쫓아가서 항의할 용기도 없으니 백색소음이라고 생각하고 참아야 하는 건지 이제 시작인 공사 현장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가끔 잠이 오지 않는 날에는 핸드폰 유튜브에서 비 오는 소리나 시냇물 소리를 틀어 두고 잠을 청할 때가 있다. 
 
이런 소음은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이러한 소음을 백색소음(white noise)이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마음이 편해졌나 보다. 백색소음은 비교적 넓은 음폭으로, 우리 생활주변에서 들리는 백색 음으로 비 오는 소리, 폭포수 소리, 파도치는 소리, 시냇물 소리, 나뭇가지가 바람에 스치는 소리 등이 있다고 한다. 
 
요즘 카페에 가보면 젊은이들이 앉아 공부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백색소음은 집중도를 높여 준다는 뉴스가 나온 후로 시끄러운 카페에서 공부가 되느냐는 말들은 이제 하지 않는다. 저들이 변하지 않으면 내가 변해야 할 것 같다. 저 공사가 끝날 때까지 저 소리는 백색소음이다.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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