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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무지개

이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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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8.21 16:0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혜숙 수필가
쌍무지개가 떴다. 일곱 빛깔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무지개를 바라보노라니 어릴 적 꿈 많던 소녀가 되는 것 같다. 요즘 무지개를 못 보았는데 나이아가라에서 아름다운 무지개를 보게 된 것이다.
 
폭포가 시작되는 바로 옆에서 거대한 물의 힘에 감탄사를 연발할 때 왼쪽에 한 개의 무지개가 떴다. 오랫동안 구경도 못한 무지개를 보면서 환호하고 있는데 그 옆에 또 한 개의 무지개가 떠올랐다. 오랜만에 보는 쌍무지개는 아름다움을 넘어 내가 무지개와 하나가 된 느낌이다.
 
여행의 설렘으로 첫 밤을 보내고 2일 차 여행을 위해 기분 좋게 출발한 지 5분쯤 지났을까. 차가 시동이 꺼지면서 멈추었다. 두서너 번 시도를 해 보지만 연이어 꺼지는 엔진 때문에 지난 밤 묵었던 호텔로 돌아왔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때가 아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차가 얼른 고쳐지기를 기다렸다.
 
우리를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게 한 가이드와 기사는 애를 쓰고 있다. 차가 고쳐지길 기다리면서 휴대폰으로 사진도 찍고 집에 있는 가족에게 보이스톡도 하면서 기다리는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자 노력했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짜증은 났지만 어차피 기다려야 할 상황이라면 짜증내기보다는 즐겁게 지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우리 칠공주(여자들만 일곱 명이라고 일행들이 붙여 준 별명)는 나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의 일행은 열 네 명이다. 우리 칠공주와 부부 세 쌍인데 한 쌍이 손자를 데리고 와서 열 네 명이 함께 하게 되었다. 일행 중 인상파 여행객이 있다. 입국 때부터 짜증나는 얼굴에 깊은 주름을 만들고 있던 분이다. 아내는 조용히 차안에서 기다리는데 남편은 우리를 따라 다니며 짜증을 낸다. 차가 고장 난 게 우리 탓도 아닌데 우리 보고 어쩌라고 그러는지 인상을 쓰면서 우리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면서 왜 가만히 있느냐면서 부추긴다. 화를 내라는 것이다.
 
차를 고칠 수 없다면 후속조치를 빨리해야 하지 않느냐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는데 화를 낸다고 안 될 일이 되겠는가. 인상파 여행객이 뭐라 하든지 우리는 나름대로 시간을 잘 보내고 있었다. 인상 쓰며 우리를 따라다니는 그 모습이 우습기도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미국에 새 대통령이 당선된 후부터 입국심사가 더 까다로워졌다고 한다. 케네디 공항에서도 거의 3시간 정도 걸려서 입국심사를 통과했다. 심사원들의 느릿한 행동에 한국 여행객들은 화 난 얼굴이 역력했다. 점심시간이라 자리를 비웠는지 긴 줄로 서있는 여행객들은 텅 빈 심사대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한국이었다면 어땠을까. 입국장에서도 인상파 여행객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비사가 와도 차를 고칠 수가 없게 되자 결국 택시를 불러 다음 여행지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도 불만을 털어놓는 그 여행객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물론 재빨리 후속조치가 이뤄졌더라면 좋았겠지만 워낙 큰 나라이다 보니 대체하는 차가 오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단다.
 
팔순을 넘은 남편을 모시고 온 칠순의 아내 되는 분은 자유 시간에 자기와 함께하지 않았다며 삐쳤다. 인사를 해도 외면하고 남편이 우리에게 다가오면 소매를 잡고 끌고 간다. 팔순 어른이라 대접해 드렸더니 자기도 대접해 주기를 바랐나 보다. 큰 언니와 나이가 비슷한 분이고 우리가 당신 며느리도 아니고 딸도 아닌데 왜 대접을 받으려 하는 건지.
 
다양한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지구다. 다른 색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이 사회일 게다. 몇 명 되지 않는 우리 여행 팀들의 색이 너무 강해서인지 자기 색깔만 돋보이려 해서 화음이 아름답지 않았다.
 
일곱 빛깔의 무지개가 아름다운 것은 자기 자리를 지켜서다. 정 많은 민족이라 그런지 모두가 일가친척이려 한다. 서로의 간격을 유지하고 자리만 잘 지킨다면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사이가 되지 않을까.
 
열 네 가지 색깔이 함께 하는 열흘 동안 일행 중 몇 명의 어두운 얼굴의 여행객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조금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었다면 즐거운 여행이 되지 않았을까. 서로를 배려해서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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