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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비상(飛翔)의 꿈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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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8.28 16:2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터널을 지나간다. 밝은 빛이 보이는 가 싶더니 몇 번의 터널을 지나간다. 2학기 시작을 앞두고 둘째 아들 학교가 있는 영주로 향하는 길이다. 자신이 간절히 원해서라기보다는 성적에 맞추고 모든 것을 고려해 대학을 선택하고 과를 선택했다. 1학기를 지낸 후에도 자신의 선택에 대해 믿음을 갖지 못하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확신 없는 그 길을 함께 가고 있다.
 
8월 중순경 큰아들은 29개월의 산업체기능요원으로 복무를 하고 제대를 했다.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가서 제대 후에는 여행을 한 후 내년에 복학을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몇 개월 전에 느닷없이 서울에서 학원을 다니며 공부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디자인 공부를 해서 전문대학교를 다시 가고 싶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보라고 했더니 혼자서 서울에 가서 학원도 알아보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말했다. 보증금과 첫 달 방값만 해 주면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충당하고 학원비는 그 동안 번 돈으로 내겠다며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말했다. 남편과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제대를 일주일 앞두고 서울에 가서 방을 알아보고 제대한 다음 날에 다시 서울에 가더니 방을 정했다며 연락이 왔다. 학원이 강남인데 방값이 비싸서 조금 떨어진 곳에 방을 구했다고 한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그 주 일요일에 혼자 이사를 했다. 고 3 때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고 결정할 때와는 또 다른 자신감과 책임감이 아들에게서 보였다.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계약을 하고 혼자서 모든 걸 했다. 특강까지 신청해서 늦은 밤까지 수업을 듣고 입시 준비를 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생각보다 잘 견디고 있다. 
 
두 아들이 모두 떠난 빈 방을 보다가 오래전 읽었던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갈매기는 누구나 하늘을 날지만, 갈매기 조나단은 ‘나는 행위’ 자체를 너무나 사랑하는 갈매기였다. 다른 갈매기들은 먹이를 찾거나 이동하기 위해 날았지만 조나단은 ‘날개’에서 의미를 찾고 더 멋지게 날기 위해서 비상의 꿈을 꾸고 매일 연습을 하였다. 그의 유별난 행동은 갈매기 사회의 관습에 저항하는 것으로 보여 배척을 당하기도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비행을 계속한다. 삶의 목적과 자신의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엄청난 높이와 빠른 속도로 날게 된다. 조나단은 자신처럼 멋진 비행을 추구하는 다른 갈매기들과 함께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이상을 위해 새롭게 변화하려는 갈매기 조나단처럼 큰 아들은 날갯짓을 시작했다. 올 해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내년까지는 공부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어두운 터널 속으로 겁 없이 뛰어 들어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아들이 대견하기도 하다. 대학 1년의 시간과 경제적 손실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꿈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이루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있었다. 변화를 시도하는 갈매기 조나단과 현재의 규범에 순응하는 갈매기 무리 중 누가 더 옳다고는 쉽게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들의 시선이나 기준 때문에 그 꿈을 포기하는 일은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지하고 응원했다.
 
터널을 빠져 나와 기숙사에 도착해서 짐을 풀었다. 자신이 원하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는 말을 남기고 헤어졌다. 이곳에서 둘째 아들은 자신의 꿈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2학기를 보낼 것이다. 반평생을 살아보니 삶을 바라보는 혜안이 생기는 것인지 두 아들에게 조금은 관대해 지기도 했다. 인생에서 뒤로 물러서는 것이 낙오가 아니며 조금 돌아갈 뿐이고 자신의 삶에 대한 충분한 탐색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자신의 꿈을 향해 걸어온 것처럼 지금은 두 아들의 꿈을 지원해 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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