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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사람,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

정여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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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8.24 00:06
  • 기자명 By. 충청신문
지난번 학생 한 명이 학내에서 발생한 오토바이 사고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담당 교수로서 소식을 듣고 간 응급실에서는 단순히 학생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 말고도 멀리 살고 있는 학생의 부모님께 연락해 학생의 상황을 전하는 것, 학내에서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학내의 안부확인에 대한 응대 등으로 정신없이 전화를 이어나갔다.

또한 우리 과 학생회 임원들까지 우르르 몰려와서 담당 교수로서 학생들은 안심시키고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 일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이 오고가는 응급실에서 나는 소란스러운 고객이었던 것 같다. 응급실의 젊은 의사는 나를 언짢게 쳐다보더니 간호사를 향해 ‘저 여자를 어떻게 해결하라’는 표정을 지었고, 난감한 간호사는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된다”며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학생의 사고로 정신없는 상태에서 수습을 위한 노력들이 응급실 내의 어수선하고 시끄러운 환자로서 낙인 지워진 것이다. 1미터도 안되는 거리에서 경멸 어린 눈으로 쳐다보며 고개를 젓는 젊은 의사의 눈빛은 최근 내가 겪은 모멸스러운 사건 중 하나이다.

최근 우리사회는 살충제 달걀로 식품안전에 대한 두려움을 시작으로, 더러운 지하수를 사용했다고 의심을 받고 있는 소주, 독성물질을 사용했다고 의심받는 생리대 등 안전을 위협하는 다양한 제품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 사람이 먹고 사용하며 자칫 잘못되면 사람들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것들이지만 안일한 생각으로 제대로 검수되지 않았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람을 중시하고 존중했다면 사람에게 좋지 않은 것을 사용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지만, 지금은 사람보다는 자본이 더욱 존중을 받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보니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는 첫 번째 가치가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도덕성은 ‘도덕적 품성. 곧 선악의 견지에서 본 인격, 판단, 행위 따위에 관한 가치를 이른다’고 정의하고 있다. 사람으로서 살아감에 있어서 도덕성은 가장 중요한 잣대이지만 우리에게 그러한 개념이 약해지고 있는 것 같아서 많이 아쉽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고 존중받아야 하지만 자본가와 권력가를 중심으로 사람을 서열화 하는 문화가 우리에게 익숙해진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러 분야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던 ‘갑질’을 드러내며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군대내의 장군과 장군 부인이 장병에게, 교수가 대학원생에게, 사장이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에게, 프랜차이즈 업체가 업주에게 등 주로 권력자가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갑질을 해왔고, 그러한 갑질은 당연한 것이었기에 드러낼 수 없었던 것이었지만 이제는 사회구성원이 함께 분노하고 아니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지금 드러나고 있는 갑질 사건의 대부분은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는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하는 갑질만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 곳에서는 ‘갑’으로 또 다른 곳에서는 ‘을’로서 행동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서 의식 없이 갑질을 하는 경우도 많다.

사장은 아르바이트생 감시를 위해서 CCTV를 설치하며 ‘갑질’을 하지만,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는 ‘을’로서 부당함을 감수하기도 한다. 음식점에서는 손님으로 직원에게 ‘갑질’을 하고 콜센터 직원에게는 ‘갑’으로서 그들의 감정노동을 강요하기도 한다.

이처럼 자신이 갑질을 할 때는 의식하지 못하며 자신의 갑질에 대해서는 변명하고, 을로서 갑질을 당할 때는 그 갑에게 강력하게 보복하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처럼 갑질은 모두가 상황에 따라서 피해자가 되기고 가해자가 되기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도 병원에서 을로서 갑질을 경험하면서 나도 갑질을 하지 않았을까? 내가 일상적으로 하는 행위가 갑질은 아닐까? 라는 반성을 하였다.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가? 사람이 살아가면서 무엇을 중요시하면서 살아가야 하는가? 이제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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