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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면접 중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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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8.29 09:02
  • 기자명 By. 충청신문
내가 소속되어 활동하는 단체에 회의를 갔더니 근무하던 직원이 그만두어 한사람을 채용하게 되었다는 회의 자료가 올라왔다. 시골인데다가 연봉도 많지 않아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오지 않을까봐 살짝 걱정이 되었다. 축제를 기획하는 일도 해야 되지만 사무실 특성상 여러 단체의 연세 드신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일해 나가려면 그에 따른 소양도 갖춘 사람이 들어왔으면 싶었다. 그래서 채용공고를 내놓고 입사지원자가 없을까봐 인근 대학에 아는 교수님께 전화를 드렸다. 그런데 원서 마감을 하니 놀랍게도 1명을 채용하는데 11명이 지원을 했다.

면접관으로 오라는 말에 망설였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도 큰애가 대학을 졸업하고 면접을 보러 다니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떨어지고 올 때마다 고슴도치 엄마인 나는 도대체 면접관이 누구여서 우리 아이 같은 사람을 떨어트리느냐고 푸념을 많이 했다. 그래서 나도 누군가에게 점수를 매기고 1명을 선택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면접관으로 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꼭 와 달라는 회장님의 부탁을 받고 참여 하게 되었다.

지원자의 이력서를 보고 또 한번 놀랐다. 까다로운 입사지원서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자신들의 장단점을 조금이라도 부각시키려고 노력한 점이 역력히 보였다. 성실히 쓴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이 사람들 역시 많이 써봤구나 싶어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11명 중에는 석사출신 지원자가 3명이었고 우리나라에서 내놓을 만한 예술대학을 나온 사람도 있었고 나머지는 4년제 정규대학을 나온 사람들이었다. 그 중 전문대학 졸업자는 한 명뿐이었다. 적은 연봉에도 이렇게 우수한 사람이 몰리는 걸 보고 취업하기가 정말 힘든 현실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질문을 하고 그들의 답변을 듣고 점수를 주면서 착잡했다. 면접관 입장에서는 우리 단체와 맞는 사람이어야 하므로 여러 가지를 평가해야 했다. 누구는 너무 월등했고 또 다른 지원자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적은 급여로 교통비에 쓰면 맞을 것 같은 사람도 있고 누구는 실력은 좋아 보이는데 우리 회원들과 화합은 좀 부족할 듯 싶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면접 배점에 따라 나름의 판단으로 점수를 주었다. 모두 다는 아니지만 아쉬운 사람이 여럿이어서 뽑아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 중 한 명을 뽑아야 하니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큰 아이가 면접을 보고 와서 하는 말이 생각났다. 떨어진 사람들을 모아 놓고 면접을 보았던 면접관이 나와 “ 그대들은 실력이 없어 떨어진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 회사와 맞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너무 안타깝다. 꼭 다음 번에는 취업에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단다. 그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내 마음도 그러고 싶었기 때문이다.

면접 후 내가 안타까워하자 친구가 어떤 취업준비생은 100군데 지원 원서를 넣었는데 서류 심사 통과는 10군데도 안 되었다는 말을 하며 그것이 요즘 젊은 구직자들이 겪는 일인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을 큰애한테 와서 했더니 큰애 친구들도 대부분 그렇게 지원하고 면접보고 그러고 있노라고 했다. 그리고는 “엄마 멀리 갈 것 뭐 있어요, 저도 60번은 면접을 본 것 같은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목이 메었다.

얼마 전 300명 뽑는 9급 시험에 9만 명이 몰렸다는 기사를 읽었다. 새 정부 들어서면서 청년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인다고는 하지만 체감온도는 그리 높지 않다. 뉴스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단어들이 청년일자리 창출 방안 토론회, 청년일자리사업, 고용할당제 등 일자리에 관한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안쓰럽다.

나는 아이의 기를 죽이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당사자는 오죽할까 싶어 언젠가는 되지 않겠냐는 말을 주문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활짝 웃는 아이의 얼굴을 보고 싶다. 아니 우리나라 청년들의 행복한 미소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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