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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나이아가라

이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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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9.04 17:19
  • 기자명 By. 충청신문
 
미 동부 여행을 한다고 했을 때 가정 보고 싶었던 곳이 나이아가라 폭포다. 텔레비전에서 볼 때마다 그 거대함에 매료되었다. 내 생전에 과연 볼 수 있을까. 그저 꿈으로만 생각했다. 사촌들이 함께 여행하지는 말에 못 간다고 했다가 건강이 나빠져 공부를 못하게 되자 마음을 바꾸었다.
 
14시간 동안 비행기 안에 있어야 하는 부담감으로 불편했지만, 내 생에 다시 갈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참을 수밖에 없다. 여행은 좋은데 비행기를 타는 것은 영 힘들다. 케네디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절차를 밟기 위해 장시간 기다릴 거란 생각은 못 했는데, 도착하자마자 지루한 시간을 기다려야 함에 비행기 탈 때보다 더 답답했다.
 
캐나다에 갔을 때 그 맑고 깨끗한 공기를 느끼는 순간, 그동안 지루하고 답답했던 마음은 일시에 날아가 버렸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리고 공기오염 지수가 높다고 하는 우리나라. 청정하고 아름다운 나라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미세먼지 퇴치를 위한 정책을 논의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작년부터 목이 쉬고 아프고 가래가 끓었다. 봉사하면서 목이 쉬어 노래 부를 때마다 고통을 겪어야 했다. 여행 오기 전에 했던 걱정은 기우로 마무리되었다. 맑고 깨끗한 공기 덕인지 목소리가 맑고 답답하게 목을 가로막고 있던 가래도 없어졌다. 우리나라 가을 같은 파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은 그림 같다. 하늘을 캔버스 삼아 누군가 그림을 그려 놓은 것 같다. 맑고 깨끗한 공기에 매료된 나는 우리나라로 이 공기를 가지고 가고 싶단 엉뚱한 욕심을 부려본다.
 
꿈에만 그리던 그곳 나이아가라.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비닐 우의를 입고 보트를 타고 거대한 폭포 속으로 들어간다. 세차게 내리쏟는 폭포는 물보라를 하늘 높이 들어 올린다. 관광객들은 하나같이 환호성을 지른다. 대자연 앞에 여행객들은 숙연해졌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멀리서 바라볼 때는 가랑비가 내리는 것 같더니 가까이 갈수록 소낙비처럼 얼굴을 때린다. 그 웅장함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폭포 안으로 들어가 볼 때 그 모습에 감탄했다면 폭포 위에서 볼 때는 그 물의 속도에 놀랐다. 손가락 하나라도 물속으로 넣으면 급류 속으로 곧바로 빨려 들어갈 것 같다. 폭포 위의 강폭은 매우 넓다. 철철 흐르는 물을 보니 물도 욕심이 난다.
 
여행 오기 전, 우리나라는 대책을 세워도 어쩔 수 없을 만큼 심한 가뭄으로 온 국민이 가슴을 졸였다. 나도 집을 비웠을 때 작물이 다 타 버릴까 봐 열흘 동안 하루 열 시간씩 물을 주고 왔다. 비 소식이 없는 상태에서 집을 비웠으니 마음이 편치 않다. 큰 강을 가득 채우고 폭포 쪽으로 흘러 거대하게 쏟아지는 물을 보니 왜 욕심이 안 나겠나. 이 물을 옮길 수만 있다면 우리나라로 가지고 가서 바닥을 들어내고 풀이 한 자나 자란 댐에 가득 채웠으면 하는 실현 불가능한 바람을 가져보는 것이다.
캐나다 쪽 나이아가라 폭포가 거대하다면 미국 쪽의 폭포는 아기자기하다. 캐나다 쪽에서는 배를 타고 구경을 했다면 미국 쪽에서 엘리베이터로 지하로 내려가서 직접 폭포 물에 발을 담글 수도 있고 폭포 물을 맞을 수도 있다. 강은 한줄기지만 반은 미국령이고 반은 캐나다 것이다. 강 중간이 국경이 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세계인들이 몰려온다. 내 앞에 줄을 선 두 청년은 인도에서 왔다면서 나보고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줄 선 사람들의 얼굴을 보니 다양한 종족의 모습이다. 폭포 하나로 전 세계인이 발길을 사로잡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니 우리나라도 세계인들의 발길을 모을 수 있는 관광 상품이 있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이곳이 거대함으로 승부한다면 우리나라는 작고 예쁘고 아기자기 함으로 승부수를 띄워 봐도 좋지 않을까. 미국에 와서 보니 옛 건물을 새 것으로 바로 바꾸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새로움을 만들어 낸다. 우리나라는 한정된 곳에 가야만 옛 모습을 볼 수 있다. 발전도 좋지만 고전과 현대가 공존할 수 있는 조화로운 아름다움으로 세계인의 발길을 우리나라로 오게 했으면 좋겠다.
 
자연이 상품이 되어 세계인을 불러들이는 나이아가라 폭포. 아무리 꾸며도 자연만한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우리만의 아름다움과 자연을 살린다면 세계인을 불러올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어 본다.
 
이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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