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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자아상을 성찰하다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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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9.12 16:50
  • 기자명 By. 충청신문
 
달빛이 곱다. 사진으로 찍어 밴드에 올렸더니 친구가 ‘예술작품’이라는 찬사를 한다. 그 친구가 자주 쓰는 단어는 “좋다. 사랑스럽다. 대단하다. 기쁘다” 이런 단어이다. 그래서 그녀와의 대화는 늘 즐겁다. 
 
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자꾸만 뾰족하게 치미는 마음을 가족들에게 들키기 싫어서 벤치에 앉아 긴 숨을 뱉으면서 올려다본 하늘의 달빛이 너무 고와 혼자 보기 아까워 밴드에 올렸는데 친구의 저 한마디가 뭐라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덕분에 심란하던 기분이 가라앉으면서 마음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마음을 후비나 생각하니 바로 그 일이었다.
 
아까 낮에 모임이 있었다. 평소 친하다 생각했던 지인이 내게 무슨 과목을 강의하느냐고 물었다. 지역회복지론과 사회복지실천론이라고 대답하자 첫 마디가 “그 과목 아무것도 아니네. 쉬운 과목이네” 하는데 순간 그 말이 몹시 거슬렸다. 그런데 내가 더 기분이 언짢은 것은 그렇게 말하는 그분에게 아무 말도 못 했다는 것이다. 나는 결코 수긍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녀는 그것을 수긍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 속이 상했다.
 
나는 작은 일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신조로 살았다고 자부한다. 하물며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야 말해 무엇 할까. 3시간 강의를 하기 위하여 일주일 내내 자료를 준비하고 그 자료를 좀 더 옹골지게 전달하기 위하여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를 한다. 그래도 뭔가 부족한 듯하여 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강단에 서는데 해 보지도 않는 사람이 그렇게 쉽게 말하니 무시당한 느낌에 많이 서운했다. 
 
그분도 친하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했을 말인데 나는 또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니 상처를 받았나 보다. 아마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 그런 말을 했으면 발끈해서 따졌을 것이고 그리고 마음에서 털어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나랑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이 그런 말을 하니 더 섭섭해서 가슴에 콕 박혔나 보다. 
 
그렇게 불편한 마음을 따라 죽 거슬러 올라가니 내가 아직도 못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싶어서 다시 속이 상한다. 맡은 일 열심히 하고 내가 만족하면 됐지 그것을 남에게 인정받으려 했었나 하는 반성도 든다. 평소 내 단점을 극복해 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아직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고 다른 사람의 인정과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가 내 안에 강하게 남아 있었나 보다. 
 
몇 년 전 혜민 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 들’을 읽으면서 깊이 공감했었다. 모든 사람이 나를 사랑해 줘야 한다는 생각, 모든 사람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생각으로 쉽게 상처를 받을 즈음이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나 관심이 많았고 좋은 사람임을 확인받고 싶고 나를 좋아하지 않는 몇 명 때문에 열등감에 빠지고 그럴 때였다. 혜민 스님의 책은 그 동안 읽었던 자기 계발서 중에서 내게 딱 맞는 마음의 치유서였다. 그래서 그 이후 폭넓은 자기성장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그 한마디에 또 상처를 받고 아직도 상처를 받는 내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상대방이 강하게 말할 때 손해 보지 않으려면 나 또한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속으로 너무나 나약한 내가 겉으로나마 강해 보이려고 했던 행동들이었으며 강한 단어를 쓸 때마다 마음은 더 불안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간의 강을 건너오면서 조금 바보처럼 보이더라도 수용하는 사람, 너그러운 사람이 되자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차츰 감정이 시키는 대로 말하는 것을 참다 보니 부드러운 이미지는 어느 정도 얻었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혼자 고민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아직도 내가 원하는 자아상으로는 완벽하게 되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하긴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노력하고 또 노력하며 사는 거지. 읍사무소 벤치에 앉아 “그래 잘 했어, 강희진! 그동안 섭섭하다고, 화난다고 다 표현하고 살아왔으니 나머지 삶은 좀 더 이해하고 수용하고 인정하며 살아간다면 이렇게 벤치에 앉아 한숨 쉴 날이 줄어들 거야” 하면서 나를 다독였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일어서는데 중년 부부가 운동을 하고 있다. 달빛 아래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걷는 다정한 모습이 한 장의 예술사진처럼 정겹다.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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