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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주름살

이종구 학부모뉴스24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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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9.13 16:3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종구 학부모뉴스24 편집국장
주름살, 왠지 생각만 해도 좀 서글픈 생각이 든다. 나이 들어가고, 노쇠해 가는 느낌이다. 혹자는 주름살을 인생의 계급장이라고 한다. 계급장은 높은 것일수록 좋은데 주름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연필을 쥐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손자가 “할아버지를 그렸다”고 자랑스럽게 내민 종이에서 할아버지를 표현한 것은 이마에 가로줄 세 개를 그린 주름살이었다. 미남 미녀를 그려도 이마에 가로줄 서너개만 그리면 노인이 되는 셈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의 할머니, 할아버지들 삽화는 주름살이 그어져 있다. 할아버지는 머리도 빠진 대머리로 묘사한다. 늙음의 상투적 표현인가 보다. 몸과 마음이 젊어도 이마에 주름살이 있으면 노인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 요즘은 보톡스라는 주사로 주름살을 펴는가 보다. 보이기에 젊음이라도 마음이 늙음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백세인생’, ‘내 나이가 어때서’, ‘청춘을 돌려다오’ 등 늙어가도 자신만만함을 말하는 대중가요도 인기가 있다. 겉모양보다는 내면을 중요시한다는 의미 같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주름살 : ①얼굴 피부가 노화하여 생긴 잔줄, ②옷이나 종이 따위에 주름이 잡힌 금으로 풀이하고 있다. 네이버에서 검색하니 주름살이 생기는 원인으로 햇빛, 피부 건조로 인한 노화, 얼굴표정(계속된 근육 수축), 담배, 유전적인 소인, 피부 색깔 등이 주름살 형성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서울대병원 의학정보)
 
그런데 아이들보다는 노인이 주름살이 많은 것은 결국 삶이 그 영향 같다. 올해는 연초부터 탄핵 정국으로 ‘이게 나라인가’라는 자괴감, 미세먼지, AI·구제역 등으로 인한 살림 걱정, 가뭄, 더위, 폭우 등으로 우리의 얼굴이 펴질 날이 없었다. 가을을 바라보며 좀 나아지려는가 했더니 이번엔 살충제 계란으로 또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그러더니 간염 소시지로, 생리대 발암물질로 근심을 릴레이하고 있다. 찌푸려지는 삶의 계속된 근육 수축이 주름살을 늘게 했다. 
 
언젠가 시골 농부 할아버지가 벼를 베면서 활짝 웃는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얼굴엔 주름살이 가득했지만 그 주름살이 보기 싫지 않은 아름다움이었다. 그러나 TV에 나오는 갑질 사장님들의 얼굴에 보여지는 잔주름은 오히려 얄미워 보임은 필자만의 편견일는지.
 
주름이 꼭 노화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모 TV 방송의 ‘생활의 달인’에서는 옷 만들기 전의 원단을 양손으로 꾸겨 잡아 주름을 만드는 모습을 보았다. 밋밋한 옷 보다는 주름이 있는 옷이 왠지 멋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 달인은 주름잡기 연습을 위해 수시로 양손을 쥐었다 폈다 한다고 한다. 
 
똑같은 주름임에도 누구는 아름다움이, 누구는 몰인정함이 배어 나오고, 어느 것은 밋밋하나 어느 것은 아름다운 꾸밈이 됨을 볼 때 과연 내 주름은 어느 쪽에 속할까 생각을 해본다.
 
 ‘할배파탈’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영화 ‘인턴’에서는 로버트 드니로가 70세의 중후한 노인역으로 관객을 사로 잡는다. 온통 주름살인 그의 얼굴이 왠지 다가가고 싶고, 말을 걸고 싶고, 옆에 있으면 든든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말 멋진 주름살이다.
 
어느새 가을이다. 추석도 다가온다. 하늘도 파래지며 높아가고 있다. 지난 여름 우리는 너무도 찌푸린 얼굴로 살아 왔다. 더위에 짜증을 냈다. 살충제 계란이라 하여 그 흔한 계란 하나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높아 보인다는 우리 가을 하늘처럼 올 가을에는 우리들 주름이 확 펴졌으면 좋겠다.
 
이종구 학부모뉴스24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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