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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개구리가 없어도 공정한 병역

김시록 충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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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9.17 17:02
  • 기자명 By. 충청신문
 
지난 6월 병무청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위원회는 병무청에 반칙 없는 공정한 병역문화 실현을 위한 실효적 조치를 주문하였다. 
 
또한 사회지도층, 고위공직자, 연예인, 체육인, 고소득자 등에 대한 병적관리를 철저히 하여 병역면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책임 있는 기관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병무행정은 과거 지속적인 병무비리로 인하여 많은 신뢰를 잃었다며, 병무청은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투명하고 명확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공정성을 확보하는 노력으로 일부가 특혜받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병역을 이행함에 있어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과 투명하고 공정한 병무행정을 수행해야 한다는 국민의 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恨)’이라는 글을 보고 느낀 바가 있어 소개해 보고자 한다. 문구대로 해석을 하면 “나는 있으나 개구리가 없는 것이 인생의 한이다”인데, 알 듯 말 듯한 것이 그 의미가 상당히 궁금해졌다. 이 이야기는 고려 말 학자였던 이규보 선생이 과거시험에 몇 번이나 낙방하고 그의 집 대문에 써 붙였던 글이다.
 
어느 날 임금이 야행을 나가 날이 저물어 한 인가(이규보의 집)에서 하룻밤을 청하면서 우연히 대문에 붙은 글(유아무와 인생지한)을 보고 ‘개구리’가 뜻하는 것을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 뜻이 궁금했던 임금은 주인(이규보)을 찾아가 사정을 한 끝에 대문에 붙은 글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 동네에 노래를 잘하는 꾀꼬리와 소리가 형편없는 까마귀가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까마귀가 꾀꼬리에게 노래 겨루기를 하자고 제의하였다. 그리하여 두루미를 심판으로 하고 3일 후에 겨루기를 하기로 하였다. 꾀꼬리는 자신의 실력이 월등함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가다듬는 등 열심히 연습을 하였으나, 까마귀는 연습은 마다하고 매일 두루미가 좋아하는 개구리를 잡아다 두루미에게 바치면서 잘 봐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3일 후 노래 겨루기 결과 누가 보아도 꾀꼬리가 잘 불렀으나 두루미는 까마귀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글은 이규보가 불의와 불법으로 얼룩진 나라를 비유해 자신의 처지가 꾀꼬리와 비슷하다는 뜻으로, 실력은 모자람이 없으나 ‘개구리(청탁)’가 없어 과거시험에 낙방하는 자신을 한탄하는 것이었다. 궁으로 돌아온 임금은 임시과거를 치를 것을 명하였는데 그날 시제(試題)가 바로 ‘유아무와 인생지한’이었다. 이규보는 그 뜻을 바로 알아차리고 과거시험에 장원급제하여 후에 유명한 학자가 되었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청렴 병무청 실현과, 새 정부의 국정비전으로 제시되고 있는 ‘정의로운 국가, 국민통합’ 기조에 따라 병무청이 추진하고 있는 ‘반칙과 특권 없는 공정한 병역’ 정책추진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국민은 병역을 이행함에 있어 투명하고 누구나 특혜 없는 병역을 이행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공정한 병역이란 누구나 동일한 조건으로 병역의무를 하는 것이 아니고 자질에 따라 예외 없는 병역의무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공정한 병역은 강제로 의무를 부과하기보다는 일상생활처럼 자연스러운 가운데 실천을 해야 국민모두가 공감하는 진정한 의미의 병역문화로 정착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시록 충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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