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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년법 개정보다 급한 청소년 범죄 예방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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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9.18 16:5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천안에서 여학생들이 자신을 험담했다는 이유로 또래 여중생을 마구 때린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 학생들은 폭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유포까지 했다고 한다. 지난 14일엔 대전에서도 또래 여고생을 때린 여학생 3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잇단 청소년 폭력이 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 가해 학생들에게서 전혀 죄의식을 찾아 볼 수 없다는 데 국민의 충격이 크다. ‘소년법 폐지론’까지 들끓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당장 소년법 개정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11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소년법의 일부 조항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64.8%로 가장 많았다. ‘소년법을 아예 폐지해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하게 한다’는 응답도 25.2%나 됐다. 국민 10명 중 9명이 강화 또는 폐지를 지지하고 있는 셈이다. 현행 소년법을 유지하되 계도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고작 8.6%에 그쳤다.
여론이 이러니 정부와 정치권이 소년접 개정 검토에 착수했다. 미성년자의 강력 범죄 처벌을 강화하자는 게 대체적인 취지다.
청소년 범죄 처벌 강화 문제는 사실 오래된 논란이다. 판단력이 미숙한 어린 나이에 성인에 준하는 수준의 처벌을 내릴 경우 범죄자 낙인효과와 재범 유혹 등 부작용이 크다는 주장이 만만찮다. 법조계는 법 개정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폐지에는 부정적이다. 범죄를 저질렀지만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돕기 위해 제정된 소년법을 폐지한다는 것은 더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보호에 관심을 두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10대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숙한 만큼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는 추세다. 범죄의도와 잔혹성, 수법에 따라 형량을 달리하거나 적용 대상 연령을 낮추는 등 소년법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국내보다 엄격한 선진국에서도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이고 보면 설득력이 커진다.
 
그럼에도 최근 논의가 청소년 범죄에 대한 즉흥적 대응으로 법 취지를 잊게 만들지나 않을까 우려스럽다. 소년법의 취지는 이들에게 사회에 잘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한 번 주자는 것이다. 그 바탕엔 청소년 범죄가 자신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 어른들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어른들의 탓이란 각성은 없이 소년법 개정부터 들고 나오는 것 자체가 한편 부끄럽다. 현재 마련돼 있는 학교폭력 예방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는 게 순서가 아닐까 싶다.
 
잇단 청소년 폭력 사건을 보면 이 시스템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피해자 가족이 고소장까지 제출했지만 경찰의 대응은 안이했다. 당국의 형식적인 학교폭력 대책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학교폭력이 터지면 뒷북대응이 이어지고 다시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일이 거듭된 탓이다. 무엇보다 학교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환경조성이 먼저라는 얘기다.
 
다음으로 학교 밖 청소년과 탈선 청소년을 보듬는 우리 사회의 교육지원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들에 대한 정서적 지원이다. 가해 학생들의 과잉 폭력성과 죄의식 결여는 일반 학교에서 벗어난 후 이들이 사실상 방치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학교나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학생들은 자신들의 잘못된 또래문화를 형성함으로써 일탈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학교 밖 청소년들의 지원을 돕는 청소년 지원센터나 학교 부적응 학생을 보듬는 대안학교 같은 지원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하다.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
 
청소년 범죄는 어른들 문제인 동시에 사회적 문제라는 시각이 절실하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관련당국이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청소년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선이다. 처벌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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